통상임금 소급적용 불가
통상임금 소급적용 불가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4.01.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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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정부 노사지침 배포
노동계 “판결취지 확대 포장”반발

기업 노사간 지난해 체결한 임금협상의 효력이 유지돼 ‘확대된 통상임금 범위’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정부 지침이 나왔다.

‘통상임금 폭탄’이라며 울상이던 울산지역 기업들은 한시름 놓은 반면 노동계는 ‘기업 편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통상임금노사지침을 전국 각 지방노동청에 시달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이후 노사현장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지난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효력을 잃은 고용부 예규(통상임금 산정지침)를 26년만에 수정한 것이다.

이번 고용부 통상임금노사지침에서 쟁점이 된 건 크게 두가지다. 먼저 노사간 대법원 판결 이후에 나온 합의는 신의성실원칙(신의칙)에 따라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의칙은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이나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새로운 임협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통상임금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지난해 체결한 임협의 효력을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에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올해 타결하는 임협 내용을 바탕으로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급적용을 할 수 없도록 안내했다. 이는 노동계가 그간 주장해 온 부분과 다른 것이다.

실제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22일 노조 홈페이지에 게재한 ‘통상임금 이해하기’ 코너에서 “(12월 18일 대법 판결을 볼 때) 현중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정당하고, 추가 임금 청구소송은 당연한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신의성실 원칙에 적용되지 않고 추가임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정부지침에 비춰보면 현대중, 현대차를 비롯한 울산지역 대기업 가운데 추가임금 청구가 가능한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고용부 지침은 또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더라도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주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통상임금 확대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이럴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의 증가폭도 미미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 노사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4일자 1면 보도) 현대차는 격월로 나가는 정기상여금을 ‘두달간의 근로기간 동안 15일 이상 근무한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일종의 특별약정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용부의 통상임금 행정지침과 이후 법령 개정 등을 잘 살펴보고 노사간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노동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노사간 분란을 만들어 온 노동부가 이번에는 어설픈 지침을 만들어 또다시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추가임금 청구로 기업 존립이 위태롭게 될 때만 신의칙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정부가 과대 포장했다”면서 “신의칙이 단협 유효기간까지 적용된다는 것도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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