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처지도 헤아려야
다른 사람의 처지도 헤아려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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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甲午年). 말 중에서도 가장 진취적이며 활달하다고 할 수 있는 청마(馬)의 해다. 간혹 진취적이며 활달하다는 것은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앞으로만 내달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해에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각종 신고를 받고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상대방 이야기는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상대방이었어도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배려심이 부족하다. 조그마한 피해나, 기분 나쁜 사안 등은 상대방의 설명을 충분히 들으면 곧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데도 언성부터 높인다. ‘나는 잘했고 너는 잘못했다’는 인식이 마음 한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 생각해 보란 말인데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한편으론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어렵고 힘든 게 실천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변사람들과 접촉하다 이따금씩 부딪치는 경우가 있다. 길을 걷다가 의도하지 않은 상대방과 서로 부딪칠 수 있다. 또 차를 몰고 나가려다 다른 차가 막고 있어 나갈 수 없을 때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급차선 변경, 끼어들기, 술 취한 사람의 작은 실수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과 상충되는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상충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비록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상대방을 좀 더 헤아려 이해하고 그의 입장에서 말을 건넨다면 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인터넷에서 매우 감동적인 영상을 본적이 있다.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걸인이 “불쌍한 장님입니다. 배가 고파 죽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구걸을 하고 있었지만 앞에 놓인 깡통은 계속 비어 있었다.

길을 지나가던 여성이 팻말 뒷면에 새로운 문장을 써 주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자 그의 깡통이 차기 시작했고 따뜻한 격려도 받았다고 한다.

두 문장의 차이는 “내(걸인) 입장에서 쓴글”과 “행인(여성)의 입장에서 쓴글”의 차이다. “배가고파 죽겠다”는 하소연성의 팻말에는 별다른 마음의 움직임 없이 그냥 지나치던 행인들이 “나는 화사한 봄을 만끽하고 있는데 저 장님은 얼마나 불쌍한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봐야 한다. 그래서 ‘굶어 본 사람만이 배고픔을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이 돼 먼저 생각해 보면 상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판단이 다르지만 자신의 주장과 의견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갑오년 새해에는 경찰일선에서 대면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으로 사소한 다툼이나 실수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한 뒤 양보하고 처신하면 원만하고 부드러운 일처리가 될 것이다. 또 그만큼 경찰의 민생치안 활동과 대국민 서비스가 선량한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정기 남부暑 삼산지구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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