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에 사제정 돈독
두바퀴에 사제정 돈독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4.01.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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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고 강현철 교사
 

울산 중구 약사고등학교 영어과 강현철(사진) 교사는 지난해 9월 이 학교 1학년 학생과 입화산에서 산악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평소 수업시간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학생이었지만 자전거를 탈 때 만큼은 달랐다. 강 교사에게 자전거 묘기를 보여주며 자랑을 하고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궁금점을 쏟아내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강 교사는 이 학생의 담임교사는 아니지만 산악 자전거라는 공통분모 덕에 아주 친한 사제지간이 됐다.

“내성적인 아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봤죠.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쌤, 자전거 타신다면서요?’라며 먼저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 녀석과 산악 자전거를 타면서 특별한 인연이 시작됐지요.”

한학기 동안 입화산과 간월재 등지를 다니며 자전거를 탔다. 그러면서 이 학생의 학교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평소 조용해서 친구들도 별로 없었어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점점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고 선생님과 자전거를 타는 아이로 소문이 나면서 친구들도 많아졌어요.”

얼마전에는 어른도 힘들다는 간월재 코스도 함께 완주했다. 간월재 완주를 하면서 둘의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그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취미로 공감대를 만들었더니 아이들과 대화하기도 더 쉬워졌다는 것이다.

강 교사는 지난해 5월 사제동행축제에서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함께 나설 선생님이 없어 무대에 설 기회를 아예 놓쳐버릴 뻔한 아이들에게 그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나이를 묻자 그는 “비밀”이라고 했다. “나이는 알게 모르게 편견이나 벽을 만들잖아요. 학생들과 거리가 생길까봐 나이를 알려주지 않아서 아이들은 제 나이를 모르고 있거든요.”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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