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신세로 살아본 사람들의 가장 슬펐던 이야기는 주위의 사람들이 그가 있으나 마나 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이다. 욕이라도 해주면 존재한다는 것만이라도 확인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면 ‘똥 친 막대기’만도 못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막대기를 치우려는 행동조차 안 하기 때문에 아주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50대의 주부가 정년퇴임한 남편을 천덕꾸러기로 취급하게 되는 단계가 있어 서글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편이 정년퇴임을 하면 자동으로 4년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첫 해에는 하바드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둘째 해에는 하와이 대학으로 전학을 하여 한 일 년을 보낸다. 이것도 잘 안 되어 셋째 해에는 방콕 대학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도 공부가 시원치 않아 그래도 우리나라가 가까운 동경대학으로 전학하여 4학년을 다니며 세월만 탓하게 된다. 정년퇴임한 첫 해에는 하는 일이 없이 바쁘다. 그래서 하바드 대학. 그러면서 일 년을 지내도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하루 종일 와이프 뒤만 졸졸 따라 다닌다. 그래서 하와이 대학. 이것도 지쳐서 셋째 해에는 방구석에 콕 쳐 박혀 꼼작도 안 한다. 그래서 방콕 대학. 4학년이 되면 그래도 졸업을 앞두고 운동이라도 해야지 하면서 찾아가는 곳이 동네의 ‘경로당’이다. 그래서 동경대학.
이 50대의 주부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 이 주부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돈이다. 다음이 자신의 건강이다. 셋째는 친구이다. 넷째는 자식이다. 다섯째는 애완견이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은 애완견만도 못한 존재, 천덕꾸러기 일뿐이다. 이 주부를 국민의 정서로 대입(代入), 대응(對應)하면 다음 이야기가 한결 실감이 난다. 국민은 경제가 우선이다. 다음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셋째는 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더불어 살 이웃이다. 넷째는 미래를 생각하는 종족보존의 본능이고 끝으로 취미 생활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첫 해에는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하다. 한 일 년 이렇게 버티다가 국민들 여론만 따라 다닌다. 이렇게도 하도 저렇게도 하다가 결국은 구박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또 일 년을 보낸다. 마지막 해에는 과거의 정부로 일찍 퇴색해버린다. 정부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면 그 피해는 민족이 아니라 ‘국민’이 받게 되어있다.
지금 나라 살림 형편은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여당이나 우리의 야당을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다. ‘휙’하고 바람만 한 번 불면 꺼져버릴 촛불을 문간방의 군불로 만들려고 기를 쓰고 있다. 정론직필(正論直筆)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은 이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언론조차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