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지원기관 전국1위’ 숨은 주역
“마을기업에서 애써주신 덕분이죠”
‘마을기업지원기관 전국1위’ 숨은 주역
“마을기업에서 애써주신 덕분이죠”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4.01.14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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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령 울발연 마을기업지원단 팀장
“한 자리에 가만있질 못해요. 58년 개띠도 그렇다던데, 제가 원숭이띠라서 그런가 봐요.” ‘일벌레’란 별명이 말해주듯 그녀에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원숭이띠에 ‘일벌레’ 별명

울산발전연구원 마을기업지원단의 박가령 사업팀장(46·사진).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울산의 중견기업 인사노무·경영관리과장 근무 당시만 해도 동료직원들의 성화는 ‘일 좀 그만 해라’ 였다.

그런 일 욕심과 넘치는 열정은 기대 밖의 좋은 소식으로 이어진다. 전국 1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안정행정부의 ‘2013년 마을기업 중간지원기관 평가’에서 인천시와 강원도 기관을 제치고 최고점을 받아 울산발전연구원에 ‘전국최우수기관’의 영예를 안겨준 것. ‘전국우수마을기업’을 2011년부터 3년 내리 배출한 성과와 함께 ‘주민밀착형 지원’과 ‘판로개척의 적극성’도 높은 점수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전국 지원기관 직원들의 노고에 동병상련의 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미만점 일감 ‘마을기업 지원’

공동체의식이 바탕에 깔린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남달랐던 박 팀장에게 2010년 9월 시동을 건 안행부의 마을기업 지원사업(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은 구미 만점의 일감으로 다가왔다. 직위나 보수보다 일감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입사를 결심하게 만든다. 이듬해 3월 동의대에서 평생교육학 석사학위를 따낸 그녀가 울산발전연구원 출근부에 첫 도장을 찍은 것은 한 달 뒤의 일이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의 틀을 과감히 깨기로 한 그는 다시 연장근무, 휴일근무도 마다 않는 일벌레로 돌아갔다. ‘현장중시’, ‘상시상담’의 원칙도 스스로 세웠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업무의 특성이 책상머리에만 안주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동체의식 지닌 5인이상이 조직

“마을기업이란 공동체의식을 지닌 5인 이상의 지역주민이 그 지역의 각종 물적·인적·문화적 자원으로 수익사업을 벌여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강점을 더욱 살려나가는 사업이죠.”

설명에 따르면 전국에는 마을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기관이 15개나 있고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수행하는 울산발전연구원도 그 중의 하나다.

중간지원기관들은 지역공동체와 사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에 심혈을 기울인다. 울산지역 5개 구·군에는 26개 마을기업이 있고 박 팀장이 이끄는 마을기업지원단은 기획과 교육, 컨설팅, 상담, 현장탐방, 워크숍, 판로촉진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걸쳐 지원을 펼친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실로 ‘몇 안 되는’ 울산의 마을기업 중에서 전국우수마을기업에 3년 연속 나온 것도 이 같은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일반기업체에서 익힌 서류정리와 기업회계 노하우의 전수도 한 몫 거들었다.

울산의 개가…3년연속 ‘우수기업’

선정 첫해인 2011년에는 전국우수마을기업 반열에 북구 ‘(주)사랑길 제전장어’(대표 김명찬)가 올랐다. 제전어촌계 회원공동체인 이 마을기업은 북구 구유동의 ‘재래식 짚불장어’로 마을의 주가를 높였다.

2012년에는 북구 ‘(주)아낌없이 주는 나무’(대표 채수근)가 우수 명패를 받아냈다. 디자인학과 동아리 출신 주민공동체인 이 마을기업은 모래를 이용한 ‘샌드블러스트 기법’의 우드사인과 소품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에는 중구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주)’(대표 박창현)이 그 바통을 물려받았다. 태화강과 십리대숲을 앞세운 이 마을기업은 주변상권 활성화와 ‘생태카페’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전국 유일의 하천친수공간 활용 마을기업’이란 별명도 얻었다.

마을기업들이 애쓴 덕분” 功 돌려

하지만 박 팀장은 그 공을 굳이 마을기업 쪽에 돌린다. “저희들이 한 일은 뒷바라지한 일뿐이고 죄다 마을기업 운영하는 분들의 애향심과 자립의지 덕분이죠.”

그런 연유에서인지 26개 마을기업 사람들과의 유대감도 매우 강하다. 비협조적인 극소수도 없진 않았지만 인내와 포용으로 지금은 훨씬 가까워졌다. 이에 보답하듯 기회 있을 때마다 마을기업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이벤트를 종종 고안한다.

소문을 듣고 ‘한 수 배우러 온’ 대구·경북, 부산 등 외지 마을기업 관계자들에게 울산 마을기업 상품의 구매를 권유하거나 장터를 주선하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초순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에서 열린 ‘전국 20개 마을기업 우수상품 특별전’에는 희망에 따라 지역의 6개 마을기업을 참여시켰다. 그 결과 북구의 ‘(주)엄마의 다락방’과 동구의 ‘수다장이’, 울주군의 ‘소호 야생차’는 판매실적이 100만원을 넘은 ‘톱 세븐(7)’ 대열에 진입했고, 울주군의 ‘(주)삼동민속손두부’는 손맛을 뽐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토박이 참여 성공률 높아

박가령 팀장은 마을기업의 성공 비결을 체험으로 터득했다. “지역 토박이들이 사회적 경제 영역에 많이 참여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지역 연고가 있는 토박이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주민들과 문화·정서적 공감대도 강하기 때문이라 했다.

남구 무거동 ‘청년창업지원센터’에 곁방살이 하는 마을기업담당 사무실에는 공채선발된 이채혁씨(31)가 팀장을 지근거리에서 뒷바라지하고 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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