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시장이 나아갈 방향
미술전시장이 나아갈 방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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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를 운영한지 2년째 접어든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현실이 그리 따사롭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부풀었던 마음이 지금은 제법 사라졌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초대전을 몇 번 했지만 전시일정이 지속되지 않아 어려움에 직면했다. 또 전시회를 해도 작품가격 하나 문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막한 가슴을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탈감에 빠지면 그것을 잊기 위해 그림 작업에 몰두하곤 했다.

필자가 그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고등학교시절 통영에서 처음 갤러리를 접했을 때 전시장에 진열된 그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때의 느낌과 감동이 필자가 그림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돼 오늘 이 시간에도 그림과 함께하고 있다.

문화란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 행동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또 사상적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 정의가 존재한다.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해 만들어 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선물들을 모두 문화라 한다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예술적 측면에서의 미술은 마음의 양식이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저변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성교육의 참된 가치실현이 요구되고 있는 지금의 교육정책에 초·중·고교 학생들이 월 1~2회 정도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특별활동시간에 갤러리투어의 교육정책이 가미돼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정서함양과 예술적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면 미술에 소질이 있는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울산 미술시장에서 그림을 판매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고급 명품은 선뜻 구입하지만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명품가방과 신발 등은 돈을 빌려서라도 사지만 정작 그림 한 점 사는 데는 인색하다. 이런 사실만 봐도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아직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20~30년 뒤 다양한 그림을 소장하고 자랑 할 수 있는 문화의 기틀을 넓히려면 지금부터 사회 각계각층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저변확대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은 문화 예술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텅 빈 갤러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우리가 작은 씨앗이 돼 언젠가 울산 갤러리에 열매가 열릴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전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모든 세대들이 문화에 익숙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문호를 개방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도록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었던 동화책이 있다. ‘스파케티라면 지지않아’라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새겨진 그림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어쩌면 갤러리에 들러 그림에 매혹되기 훨씬 전 그 동화책의 장면들에서 그림의 꿈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앞으로도 동화책 속에 나오는 그림처럼 살아가고 싶다.

<배영숙 갤러리 로코코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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