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요 소금빌려 오래요”
“엄마가요 소금빌려 오래요”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4.01.0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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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주전동 보밑마을… 바다·산 투덜대는 외딴 마을 ‘40년 전 아빠찾기’
▲ 울산시 동구 보밑마을의 명물 ‘오줌싸개 동상’

어머니

우리 어매 날 뱃을 때

죽신 나물 즐겼는지

마디마디 설움이고

우리 어매 날 뱃을 때

덕석굽이 앓았는지

굽이굽이 눈물이네

-전래동요
 

▲ 울산시 동구 보밑마을 알록 전망대가

울산시 동구 주전동 끄트머리에는 보밑마을이 있다. 어선 몇 척이 호젓한 바닷 바람에 묶인채 쓸쓸함을 더한다. 봉수대로 유명한 봉대산 아래에 있어 ‘보밑’이란 지명을 얻었다. 지금은 외딴집 한, 두채만 덩그러니 서있다.

마을 입구에선 전래동요 비석이 손님을 마중한다. 어머니의 고된 삶을 토속적인 노랫말에 담아 동요답지 않은 아련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 전래동요비를 따라 봇도랑을 걸으면 재미있는 벌거숭이 동상과 만난다. 바로 ‘오줌싸개’ 동상이다. 큰 머리에 키를 덮어쓴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 대여섯살쯤 됐을까. 뾰루퉁한 표정으로 “저…소금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요즘 세상에 이런 모습의 아이는 보기 드물다. 아니 아예 없을 것만 같다.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추억속 어린시절이다.

▲ 보밑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전바다 풍경.

울산 동구가 펴낸 ‘바다로 이어진 길 염포산을 걷다’란 제목의 책자를 보면, 이 동상의 연혁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이 책자에 따르면 이 오줌싸개 동상은 92년여동안 예술혼을 불태웠던 증곡 천재동(1915. 1.15 ~ 2007. 7.26) 화백이 만든 걸작이다. 천 화백은 울산 방어진 출신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도애야류 탈 제작 보유자였다. 일생을 올곧은 마음으로 민족정서를 담은 예술작품 제작에 힘썼다. 천 화백은 생전 토우전시회(1997)에서 “흙으로 빚은 형상에 현대인들의 마음에서 멀어져간 고향마을의 역사인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밑마을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주전바다에서 불어오는 짠내음과 봉대산의 상쾌한 산들바람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솔숲 사이로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면 눈부신 주전바다 위로 대형 선박이 점점이 떠 있다.

주말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추억의 전람회’ 보밑마을로 가보자.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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