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구멍’ 고속터미널
‘안전 구멍’ 고속터미널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4.01.0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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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후 대합실 가던 승객 사망… 안전의식·대책 ‘미흡’
▲ 2일 오전 삼산 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에 내린 승객들이 고속버스들이 주차 돼 있는 사이를 지나 터미널 건물로 향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울산 남구 삼산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에서 대합실로 향하는 승객들이 무단횡단에 가까운 ‘아찔한 보행’을 하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뒷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오전 남구 삼산동 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에서 내린 수십명의 승객들 중 인도를 통해 대합실로 이동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원칙상 승객들은 하차장 옆 출구로 나간 뒤 울타리 밖 인도를 통해 둘러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승객들은 하차장에서 대합실까지 찻길이나 다름없는 500여㎡를 가로지른다. 인도가 있는지 몰랐다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귀찮다는 이유로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실제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11분께 터미널 하차장에서 대합실로 가로질러 걷던 A(20·여)씨가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고속버스가 수시로 드나드는 위험한 곳이지만, 승객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사고 당시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에도 버스에서 내린 많은 승객들이 차량 사이를 위태롭게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러나 터미널에는 승객들의 인도 이용을 유도하는 직원은 커녕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표지판조차 하나 없었다. 이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안전관리 담당 직원 1명은 고속버스의 출입만 관리했다.

터미널 측은 승객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인도를 이용해 둘러서 가도록 설명하고 있지만 많은 승객이 편의상 가로질러 걷는다”며 “직원이 승객의 동선을 매번 확인하고 제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터미널은 일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무단횡단과 같은 보행자의 과실로 볼 수 없다”면서도 “관련 규정이 없어 터미널 안전관리 직원에게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렵다”고 밝혔다.

남부경찰서는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버스 운전기사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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