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의 한해를 보내며
언행불일치의 한해를 보내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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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초에 목표로 세웠던 계획을 절반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해를 돌아보니 그 절반 속에 많은 일들이 묻혀 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못 다 이룬 계획을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내일을 기약하는가 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울산화랑협회를 발족해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감당하느라 힘겹기도 했지만 보람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2011년 문을 연 저의 갤러리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울산의 문화예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였기에 어깨는 늘 무거웠습니다.

한 해를 갈무리할 즈음에 드는 이런 낭패감을 어찌할까요? 제게 뾰족한 수는 없지만, 낭패감을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하면 자괴감에 빠져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겁을 집어 먹고 내년을 소극적으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고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작정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봐야 하고, 현재 삶도 정돈해야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것에 앞서 마음을 생각합니다. 반성과 성찰, 그리고 기획 모두가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한 제 언행 불일치의 삶은 어쩌면 또 일 년을 더 살더라도 비슷하게 전개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설렘을 누리고 별일을 만들며 사는 것은 인간들만 누릴수 있는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소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어려운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 즐겁고 신바람 나는 한 해를 창조하려면 저는 무엇보다 현실인식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새해 역시도 올해처럼 보내기 십상이라는 사실 때문이지요.

‘회복’과 ‘성장’의 관건은 마음입니다. 현자들이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고, 또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일관되게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을 낮추기를 즐기는 겸손한 사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울산의 문화예술계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민망함을 딛고 다짐하고 시 한편으로 한해를 마무리합니다.

‘내년이 올해와 비슷하게 전개될 확률이 높지만, 나는 낮은 확률에 도전하는 승부사가 되리라. 2014년이 여전히 언행 불일치의 삶으로 끝나더라도 나는 울산의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한사람으로 또 다시 뻔뻔한 승부사가 되리라.’

‘視而不見(시이불문) 보아도 보지 못하고 聽而不聞 (청이불문) 들어도 듣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물을 視聽(시청)하는 것은 그냥 보고 그냥 넘기는 것을 말하고 견문(見聞)한다는 것은 자세하게 살펴 관찰하며 보고 듣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하게 관찰해 보고 들어야 세상의 이치가 제대로 보인다는 말입니다.

사는 것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청(視聽)하며 살지 말고 견문(見聞)하며 살아야 제대로 사는 인생이 아닐까요.

저는 지금 그 동안 시청(視聽)하며 살았던 저를 견문(見聞)하는 중입니다.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여러분도 한 해의 막바지 그 동안 시청(視聽)했던 삶을 견문(見聞)해 보는 시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윤태희 갤러리 아리오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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