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 한그릇
‘할머니 손맛’ 한그릇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3.12.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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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울산할매국시’… 중구시니어클럽 맛자랑사업단 1호… 온 몸 녹이는 뜨끈한 국물
▲ 울산할매국시의 뜨끈한 메뉴 손칼국수.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요즘. 손 칼국수 한그릇 어떨까?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 때면 뜨끈한 국물 음식 하나만 먹어도 온 몸이 녹으면서 추위가 한결 가신다.

시장 한켠 큰 냄비에 멸치육수가 부글부글 끓고 갓 밀어 썰어낸 칼국수 면발이 육수 냄비에 들어가는 모습.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꽁꽁 얼었던 손이 조금은 풀리는 듯 하다.

시장의 북적이는 재미는 없지만 방금 밀어낸 손칼국수와 할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울산중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맛자랑사업단 1호 ‘울산할매국시’ 집이다.

맛자랑사업단이 조금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4호점까지 문을 열고 노인들의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1호점인 ‘울산할매국시’를 비롯해 2호점인 ‘보리밭에 열무김치’(비빔밥), 3호점인 ‘아지트’(분식점), 4호점 ‘논두렁 칼국수’까지.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운영중인 맛자랑사업단 중 첫번째로 2010년 문을 연 ‘울산할매국시’. 할머니 8명이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겨울철 울산할매국시에 가면 할머니들이 직접 반죽을 밀어 만드는 뜨끈한 칼국수와 따뜻한 돌솥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입구 한켠에 칼국수 반죽을 미는 작은 공간에서 할머니 한명이 칼국수를 밀어내고 주방 안에서 이 가게 단장 홍인순 할머니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면 뚝닥 한상이 만들어진다.

직접 만든 김치와 양파지 등이 식탁에 차려지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칼국수와 돌솥비빔밥이 완성돼 올라오면 점심 한끼는 든든하다.

 

▲ 돌솥비빔밥.

여느 식당 음식과 다르지 않지만 할머니들의 정성때문이랄까 맛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주방 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이 가게 단장 홍인순(68·중구 복산동) 할머니에게 음식 맛의 비결을 묻자 재치 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고 기자 양반. 그거는 며느리도 안 가르쳐 주는 거 알면서 물어보노.”

가게 안 손님들이 모두 웃는다.

“집에서 우리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정성들여 만드니까 맛 없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거 아니겠나.”

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조미료다. 이 식당의 모든 음식에는 이 조미료가 들어간다.

이 가게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착한 가격이다.

할매 칼국시는 4천원, 잔치국시는 3천원, 비빔국시가 4천원이다.

돌솥비빔밥도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한 5천원이라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다.

가볍게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만두와 김밥도 있어서 출출한 오후 시간에 잠시 들러도 좋을 듯 하다.

아쉬운 점은 할머니들의 사정으로 저녁 장사는 없다는 것.

“밖에 나와 일 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지. 집에서 혼자 있으면 할 일도 없고 몸이 더 아프기만 한데. 다른 사람들 맛있게 먹으라고 밥도 해주고 내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

‘울산할매국시’는 중구 태화동 제일중학교 인근 중구시니어클럽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문의전화 ☎222-8239.

글/사진 양희은·김미선 기자

*TIP=저녁장사는 없어요~!!

▲ 할머니들이 주문 후 바로 밀어 썰어 내는 칼국수의 손맛과 저렴한 가격에 더욱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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