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에 대한 상념
주인의식에 대한 상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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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식(主人意識)’ 올해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경영환경이 예년과 달라 기업체 경영인들 입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해 5개 키워드를 발표했는데 주인의식이 포함 됐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사이트에서 주인의식을 검색했더니 4천600개가 넘는 문서가 검색됐다.

주인의식에 대한 글을 찾으면, 눈에 띄는 4자성어가 수처작주(隨處作主)이다. 쓰임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겠지만 ‘어디에 가든지, 그 곳에서 주인이 되라’는 주인의식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글이다. 경영활동에서 구성원 각자가 주인 된 마음으로 맡은 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때 비로소 그 조직은 지속가능경영을 수행할 수 있다.

주인과 대응되는 말로 골프용어인 갤러리, 또는 쇠경을 받는 머슴이란 표현이 있다. 이들이 주인과 다른 점은 비전(VISION)이 자기중심적이란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업은 살아나기 위해 구성원에게 몇 가지 중요한 덕목을 요구한다. 헌신, 열정, 실력, 대안제시 그리고 조화가 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인 된 마음이라면 이처럼 구체적인 경영용어로 정의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기질들이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면 모든 것이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가 기업경영에 이처럼 큰 화두가 된 점에는 이유가 있을 듯 하다.

기관이나 기업은 그 자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법인(法人)이라 해 인격체로 인정하고 있다. 법인은 그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많은 운영 시스템과 그 일을 할 구성원으로 구성되고 각자는 맡은 바 직무에 책임과 역할이 주어져 있다. 이때 주인의식은 구성원과 조직의 주체인 법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오래 전 내가 동화를 지도할 때 어린이들에게 들려준 ‘누가 최고인가?’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머리와 손, 발, 입 그리고 밥통(위)이 자신의 기능을 자랑하며 서로 잘 났음을 뽐낸다. 몸 속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밥통은 딱히 내 세울 것이 없어 친구들에게 면박을 받고 기운이 빠져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자 몸은 쇠약해진다. 다른 친구들도 밥통의 도움이 없다면 자신의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모두가 중요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인식한다는 동화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인의식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스스로 최고가 돼야 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마치 모두가 CEO가 되고, 임원이 돼야 주인인 듯 생각하는 것이다. 경영정책의 의사결정도 내가 해야 하고, 나에게 불리한 조건은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전체에 대한 생각은 나 다음인 것이다. 이때 커다란 주체인 법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허약한 체질 뿐이다.

결국 공멸의 길을 가게 될 뿐이다. 건강한 사람은 머리는 머리다워야 하고, 손과 발은 능숙하고, 강인해야 한다. 눈은 총명하게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보이지 않는 곳의 밥통은 음식물을 잘 소화하고 에너지를 온 몸에 나눠줘야만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오른손이 왼손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하고, 배가 고파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한 인격체가 성장코자 하는 비전을 서로 공유하고, 주어진 역할을 충성되게 수행 하는 것. 이것이 주인 된 마음이고 주인의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구성원 또한 건강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비전과 추구하는 행복관이 있어 조직에 대한 무한한 희생과 헌신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가 사회공동체의 중심사상이 돼 있는 오늘날, 벤담이 주창한 공리주의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주인의식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는 사회공동체의 문제로 우리는 ‘최대’가 아닌 ‘최적’을 위한 소통과 공감이 더욱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유인숙 울산시 여성회관/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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