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해수욕장의 야자수와 해당화
일산해수욕장의 야자수와 해당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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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이 일산해수욕장에 이국적 풍경을 위해 야자수를 시범적으로 심었다는 기사를 봤다. 제주도를 비롯한 따뜻한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경치를 일산해수욕장에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아무쪼록 심어진 야자수들이 올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겨울 추위에 강한 품종으로 선택하고 비슷한 기후대에서 야자수가 심어진 곳들을 다녀오는 등 노력을 많이 기울인 듯하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보더라도 수목전문가들은 ‘이국적인 풍경연출은 좋으나 야자수가 열대성 나무라 추위와 건조한 봄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는 겨울에 단풍이 안 들 정도로 따뜻했다. 그런데 이때를 지나면서부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북극에 머물면서 찬 기운을 아래로 밀어내고 있다. 그런데 북반구에 있는 국가들은 이상 한파를 견뎌내야만 했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1주일 이상 지속됐다. 그 결과 동구 울산대병원 인근의 먼나무와 후박나무를 비롯한 동백나무까지도 잎이 얼어버리는 현상이 생겼다. 아울러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난대성수종인 구실잣나무를 가로수와 대공원 녹음수로 심었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빗자루병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국적인 풍경이 되려면 야자수가 열매를 달거나 그늘을 만들어 낼 만큼은 자라야 한다. 늦가을부터 다음해 장마철까지 짚으로 만든 월동장비로 덮어 놓았다가 다시 봄에 새롭게 키워내려면 상시 자란 것보다는 성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일 수밖에 없다.

‘유채와 말은 제주도, 진해는 군항제를 비롯한 벚나무 축제 등’ 전국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그런데 유채밭 없는 도시, 벚꽃축제 없는 도시가 없을 정도가 돼버렸다. 가장 향토적이고 지역적이면서 전통성을 가미한 자연스러운 것이 세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야자수로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한국적인 바닷가 풍경을 재현하거나 복원하는건 어떨까 제언해본다.

예전 바닷가는 이랬다. 뒤쪽으로 곰솔이 숲을 이룬다. 곰솔 그 아래로 자귀나무와 진달래가 봄에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해안가 모래언덕 근처에는 순비기나무와 해당화, 갯방풍 등이 작은 해변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사이 사이에 참나리와 원추리 등이 풀들과 키를 자랑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바다와 가까운 해변 쪽에는 갯메꽃이 한여름 밤에 나발모양으로 융단처럼 깔려있고 모래사장을 뒤덮을 기세를 하고 있다. 바위 위에는 해국이 무리를 지어서 가을 하늘의 구름처럼 뭉쳐 꽃을 피운다. 이것이 일산해수욕장을 비롯한 울산지역이나 동해안 바닷가 해변의 대체적인 풍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래해변길이 도로와 식당, 회집으로 변해버렸고 해안의 식물 서식공간도 파묻히거나 밟혀 없어졌다. 해수욕장은 겨울바다를 찾는 이들 보다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오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이나 정동진에서도 야자수를 키우고 있지만 누구도 야자수 때문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다만 우연히 갔더니 있더라, 정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한겨울 어렵게 키워놓은 야자수를 보면서 제주도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의 작은 어촌 마을의 바닷가 해변에 있던 풍경, 풍광을 다시 복원해 내는 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더해 모감주나무 군락이나 자귀나무의 꽃들로 병풍을 두르는 것 같은 풍경은 관광객을 모으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타향살이는 사람, 식물, 동물모두에게 힘든 과정이다. 타향살이보다는 고향에 사는 것이 더 여유가 있다. 이를 찾아오는 친척들도 더 편하다. 울산의 해안풍경은 세계 하나뿐이니까.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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