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단합지수, 심술지수
물가지수, 단합지수, 심술지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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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사회시간에 물가지수 계산법이 나온다. 작년에 500원하였던 물건 값을 100으로 보고, 같은 물건이 금년에 600원하면 120으로 보는 것이다. 즉, 물가지수(物價指數) 120으로 상당히 올랐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수치이다.

200자 원고지 서 너 장 분량의 글을 읽으며 내가 어느 정도의 독해력을 갖고 있는지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주어진 글의 처음 낱말부터 세어서 다섯 번째 또는 여섯 번째 낱말을 지우고 빈 칸으로 남겨 놓기를 끝까지 한다. 토씨는 비워 놓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개 50-60개의 빈 칸이 생긴다. 이들 빈 칸에 들어갈 낱말을 앞?뒤 문맥으로 보아 추측하여 써넣는 것이다. 자기가 써넣은 낱말이 맞는지 채점하여 독해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다음 글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동강 선생은 다음과 ( ) 회고 한다.’ 에서 빈 칸에 들어갈 낱말, ‘같이’를 쓰면 맞는다. 이것을 모르면 독해력이 매우 낮은 것이다. 잡지사, 출판사, 신문사 등에서 편집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단합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하나의 지수(指數)로서 이런 탈자(脫字)가 그대로 인쇄되어 나오는 횟수를 세어 보는 것이다. 능히 짐작할 수 있는 탈자가 많을수록 모래성 집단이다. 단합지수가 낮은 것이다.

회사의 직원들이 얼마나 애사심(愛社心)으로 단합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또 하나의 지수는 사원들이 다니는 통로에 떨어진 휴지, 사무실 바닥에 흘린 물, 시들어버린 화분 등을 살펴보면 짐작이 간다. 많을수록 애사심이 적은 것이다. 무엇보다 사주(社主)가 사내 직원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데 사원들이 모르는 체 하면, 사주 따로 사원 따로 가는 것이다. 뜻은 있었으나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았어도 같은 수준으로 보아야 한다.

주간이건 일간이건 신문사에서 시간을 다투어 인쇄해야 하는 일에는 오자(誤字)와 탈자의 사고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오자사건은 大統領을 ‘犬統領’(개 犬)으로 머리기사가 나간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시절이야기이다. 그 신문사는 폐간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본보도 청와대를 청화대로, 社說을 社設로, 모 회사 이름을 잘 못 써놓는 등등의 사고가 있었다. 실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일본말로 ‘곤조(根性)’를 부려, 즉 심술을 부려 고의적으로 오자, 탈자를 저지른다면 집단에서 퇴출로 처리해야 한다. 공기(公器)인 신문을 망가트리는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한 개인이 심술을 부리는 심술지수이다. 아주 음흉한 음흉지수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학생들 앞에서는 항상 거룩하게 보이고, 가장 이상적인 말만하는 특정종교의 맹신도 교수가 ‘심술지수’ 하나만은 꽤 높다. 총장이 그 사람에게 변변한 보직(補職)을 주지 않는다고 오래 전부터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여, 지금은 아예 심술체질로 바뀌었다. 그는 심술을 부려 실력 없는 강사들, 자기보다 실력, 학벌이 낮은 사람을 위촉한다. 어쩔 수 없는 동료들은 그가 정년퇴직하면서 ‘명예교수’를 신청하면 이번에는 우리가 심술을 부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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