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꿈을 주라
그들에게 꿈을 주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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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뭇가지에 힘겹게 붙어있던 나뭇잎 한 잎이 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왠지 마음 한 구석에 쓸쓸함과 고독감이 밀려온다.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아쉬움과 후회감도 갖게 하는 12월이다. 이런 추운 계절일수록 햇빛이 더 그립고 어두운 마음을 밝혀줄 그 누군가가 더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월드비전은 63년 전 고통과 좌절, 절망만이 드리워진 한국 땅에 가장 가난하고, 가장 연약하고, 희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전쟁고아와 과부들에게 다가가 생명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보장도, 꿈도 꾸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출생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회의 차이는 없는 세상에서 살수 있도록 비전메이커(Vision Maker) 역할을 감당하고자 꾸려진 국제구호개발기구이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어느 선수가 1㎝라도 앞서 있거나 다른 선수를 밀치면 심판은 그 선수에게 제자리에 가도록 명령하거나 실격을 줘 공정한 출발을 확보한다. 하지만 인생 경주에서는 운동경기처럼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받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확실한 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꿈은 갖고 있으나 그 꿈을 펼치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 주고 모델이 돼줄 어른들이 없는 아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시간과 재능기부를 하는 개인과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절대 빈곤으로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에 참여하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의 학생들이 그들이다. 학교를 가고 싶어도 못가고 깨끗한 우물물도 마실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우물을 만들어 주는 교회와 기업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굶는 아이들의 고통을 직접 굶으면서 체험하는 기아체험캠프에 참여한 대견스러운 학생들을 볼 때면 이들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진정한 빛이요, 비전메이커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2013년 12월! 울산과 지구마을에는 어둠과 절망의 먹구름도 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나누어 준 울산의 멋지고 대견스러운 청소년들과 성숙한 시민들의 사람 남새 물씬 풍기는 가슴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야말로 울산과 지구마을에 기쁨이요, 희망이 되고 있다. 어쩌면 울산과 지구마을의 희망이 담긴 뭉클한 역사, 행복한 발자취는 작지만 큰 사랑을 보여주고, 사랑을 지닌 가슴 따뜻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작은 나눔이 세상을 바꾸는 힘임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는다”고 했다. 울산시민들과 청소년들의 작은 사랑의 손길과 나눔 실천의 모습은 또 다른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잔잔한 감동이 될 뿐만 아니라 캄캄한 어두움에 갇힌 자들에게 분명 빛으로 전달 될 것이다.

바라기는 아직 나눔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분들의 얼어붙은 감성이 깨뜨려지고 녹아짐으로 기쁨과 희망의 씨를 뿌리는 보람과 기쁨을 모두가 누리게 되는 연말연시가 되길 소망한다. 연말연시에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이웃돕기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갖거나 연민피로감에 빠져 외면하지 않고 내가 내 이름으로 드리워진 어두움을 잡아먹는 빛이 돼 세상을 밝히는데 일조 하겠다 다짐해 보는 12월이 됐으면 좋겠다.

<전광석 월드비전 울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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