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땅의 혼
울산 땅의 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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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도 혼(魂)이 있다. 땅은 사람이 관계를 맺으면 사연이 쌓인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개산제, 산신제, 개토제를 했고 오늘날에는 기공식을 한다.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땅과 사람 사이에 영적 맺음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은 땅이 분해된 탄소, 수소, 망간 같은 원소를 흡수한 작물을 먹는다. 우리 몸도 그런 원소로 구성돼 있다. 몸은 땅과 교감한다. 즉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최근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해안에서 선사인의 진품명품들이 대량 발굴됐다. 이 발굴은 울산 땅의 혼 또는 장소성(場所性)을 일깨웠다.

신암리 해안의 땅은 울산의 현대인과 교감한다. 해안선은 백사장과 송림이 아름다운 휴양지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비너스상(像)’이란 우리나라 유일의 선사시대 인물상이 출토된 곳으로 각인된 곳이다.

이 땅이 다시 빛나는 선사유물을 대량 드러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선사 유물 수백점이 20㎝ 땅 아래에서 드러났다. 문화재청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전국에 홍보했다.

불과 한 뼘 땅 아래에서 8천년을 잠들었다 깨어난 유물은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의 이력을 알게했다. 옥을 다음은 귀걸이, 석영을 갈아 만든 도끼, 돌을 갈고 동물의 뼈를 결합한 낚시바늘, 흑요석으로 된 작살촉이 가지런히 수습돼 있었다. 토기는 무늬를 새기고 붉은 칠을 해 구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의 최고 기술로 만든 것이었다.

이 유적은 울산 해안을 따라 발견되는 신석기 조기(早期)유적에 해당한다. 구석기인들이 250만년간 주먹돌을 깨 도구로 사용하다가 새로운 도구를 막 만들기 시작한 시기다. 문명의 전환기이자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던 시기다.

신암리유적은 울산의 황성동 세죽패총유적, 온산읍 우봉리 해안유적과 동일한 시기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울산해안을 따라 새로운 시대가 열린 흔적이다.

이런 유적이 속속 발굴되는 울산의 땅은 경이롭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오늘날 울산 땅에서 일어나는 삶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선사인이 토기를 만들던 솜씨는 옹기와 기와 제작을 넘어 세라믹산업으로 이어진다. 낚시바늘은 재질만 다를 뿐 고기를 잡는 방식이나 잡았던 어종도 같다. 여러점 발견된 흑요석 작살촉은 바다를 넘나든 교류의 상징이다. 검은 유리처럼 반짝이며 날카로운 흑요석은 일본 화산지대가 원산지로 확인됐다. 어떤 경로든 대한해협을 건너온 것이다. 울산이 일찍부터 해양교역의 전진기지임을 지시한다.

8천년전 선사인들이 이 장소를 주목했던 것은 마실 물이 있고, 수렵어로가 쉬웠으며, 각종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방어하기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 따뜻한 날씨와 해로를 통한 수송 및 교통의 편리성이 작용했다.

오늘에도 이곳은 요충지다. 동북아대륙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으로 조명되며, 또 이 시대 가장 세고 두려운 에너지인 원자력발전소가 입지하고 있다. 동일선상에 있는 우봉해안은 철을 자르고 붙이는 공장이 들어섰고, 황성동 해안은 콘크리트에 묻히고 있다.

8천년전에는 흙과 돌을 사용하고 토기가마에서 최고 섭씨 700도의 열을 만들었다. 지금은 콘크리트와 철을 쓰고 원자로에서 최고 3천도 정도의 에너지가 나온다.

변화의 흐름은 되돌릴수 없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범위는 조정할수 있다. 적어도 울산의 혼이 상징적으로 스몄다고 생각되는 땅은 원형에 가깝게 보존할 필요가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도 황토벽과 구들집을 보존하는 것과 같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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