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시 울산이니까…”의 뜻
“부자도시 울산이니까…”의 뜻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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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도산전투도 구입 논란에 대한 외지의 한 학자 말이다.

울산박물관이 일본인이 그린 도산전투도를 25억원에 사려는 과정을 설명하고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심드렁하게 말했다. 부연설명은 없었다. 이미 당신도 알고 있지 않느냐는 투였다. 이 학자 말 속에는 부자도시 울산의 문화적 안목에 대한 비아냥이 서려있는 듯 했다.

그의 숨은 말은 뻔하다. 첫째 부자도시니까 그렇다는 것이고, 둘째 산업도시여서 문화적 안목이 좁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부자도시여서 돈을 펑펑 쓴다는 비판은 틀렸다. 박물관 또는 미술관을 준비하면서 경매에서 그림 한 점, 고가의 유물 한 점 구입한 적 없다. 다만 문화예술 분야 행사나 시설을 갖추면서 돈을 좀 과하게 쓰긴 했다.

국제옹기페스티벌 때 서울 전문가랍시고 해외 옹기를 빌려온다며 거액을 중간에 챙겼다가 한참 뒤 수사망에 걸린 적 있다. 또 서울업체가 암각화박물관 내부 전시물을 갖추면서 엉터리 짓을 했다가 울산시 감사에 적발돼 수억원을 물린 적도 있다.

이런 사례는 울산에 돈이 있으니까 뭔가 부풀려 우려먹자는 심보가 작용했다고 본다. 이런 심보가 일본인 미술품 콜렉터에 작용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문화적 안목이 좁다는 지적은 돈 버는데에는 일가를 이뤘지만, 정신적 가치를 풍부하게 하는데에는 소홀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전국 각지 사람이 모여 끓이고 뚝딱거려 조국근대화에 앞장서다보니 지정의(知情意) 부분 조금 소홀한 바 있다.

그렇다고 뺏는데 익숙한 일본인이 그린 전쟁그림을 거액을 주고 살만큼 분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울산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우뚝한 선사암각화를 품고 있다. 우리의 근본을 상기하고 자긍심을 가져보자. 25억 주고 전투도를 사지 말고, 임란전사를 참고해서 우리대로의 그림을 그리기를 소망한다. 더 이상 ‘돈 많은 울산이니까’라는 조롱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구미현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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