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재밌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
드라마보다 더 재밌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12.0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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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하 문화 봉사자
18년 연극배우 경험 살려
1천여명에 500여권 읽어줘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 듣고 못 보는 어르신,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찾아다니며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 노영하(67·사진)씨.

노씨는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에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요양원 담당인 노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울산지역 요양원을 돌며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주로 전래동화나 월간잡지 좋은생각에 나와있는 긍정적인 글귀를 읽는다. 그가 지금까지 읽은 책만해도 500권을 헤아리며, 만난 어르신만해도 1천여명에 이른다.

그는 단순히 책만 읽지 않는다. 개개인 맞춤형 낭독을 한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게는 소리가 잘 들리도록 또박또박 크게 말하고, 안 들리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표정을 지으며 입모양을 보고 알아들을 수 있게 연기를 한다. 마치 그 모습이 연극 무대에 선 배우와 같다.

그의 책 낭독을 들은 사람들은 ‘TV 드라마는 저리가라’라고 한다고 했다. 이제 어르신들 중에는 그가 오기만을 기다릴 정도로 팬도 생겼다.

이런 재능은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전업주부였던 노씨는 18년전부터 극단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극단 ‘푸른가시’에서 1년에 4~5편 무대에 선다. 영화에도 종종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에서는 포장마차 할머니역으로 출연한다고 했다.

“평생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내 자신이나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는 노씨는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그분들에게 얻는 게 많다”며 “내년에도 꾸준히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달려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은 50대 이상 예비실버 및 실버세대들이 문화소외계층을 방문해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는 순수봉사단체다. 돌봄교실, 작은도서관, 다문화가정, 요양원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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