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산 오르면 울산의 박동이 들린다
화정산 오르면 울산의 박동이 들린다
  • 강은정 기자
  • 승인 2013.12.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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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화정산 전망대… 조선소·유화공단·울산항·태화강줄기… 산업수도 위용 한눈에 잡혀
▲ 동구 화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항의 야경. 석유공단 불빛이 어우러져 색다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제공=동구청

‘염포산 야경은 특별하다.

어둠이 찾아든 산정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한 밤의 고요 속에서

산 아래를 보면 딴 세상이다.

불빛으로 반짝이는 도심과 멀리 보이는

석유화학단지의 불빛은

별이 모두 하강이라도 한 듯하다.’

‘염포산의 모습은 밤과 낮이 확연히 다르다. 자전거의 열기로 활기에 찬

염포산의 모습이 건강한 남성이라면

밤의 모습은 사색에 잠긴 여인의 모습이다.’

-바다로 이어진 길, 염포산을 걷다 中
 

▲ 2015년에 화정산에 건립 예정인 울산대교 전망대 조감도.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수도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 시민이라면 자동차, 조선산업이 더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울산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울산항이다. 50년전 울산이 공업단지로 지정되면서 국제무역항으로 출발했다. 수출길이 열리면서 석유화학산업도 발달하게 됐다. 그 중심에 울산항이 존재한다. 현재 울산항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울산항을 배를 타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산업의 심장, 울산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곳이 있다기에 동구 화정산으로 향했다.

4일 울산항을 한눈에 보기 위해 화정산이 있는 동구청으로 향했다. 염포산 자락의 한 부분인 화정산은 길이 원만했다. 등산로가 잘 마련돼 있어 등산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산을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길이 쭈욱 이어졌다.

화정산은 소나무가 많았다. 길을 오를때마다 솔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망치소리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와 같았다.

같이 산을 오르던 동구주민에 따르면 화정산은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아주머니들의 인기 등산코스라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단풍이나 꽃이 필 때면 도시락을 싸서 철탑 사거리(화정산 등산로 입구에서 20분가량 오르면 나오는 곳)에 마련된 정자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고 설명했다.

체력이 부족한 탓인지 걸음이 더뎌졌다. 30분 오르면 될 거리를 남들보다 10분이나 더 걸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울산항의 모습을 훔쳐보려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다.

▲ 동구청 뒤 길을따라 20분만 올라가면 울산항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드디어 화정산 전망대 표지판이 나타났다. 오솔길을 따라 5분 가량 걸으니 나무데크형 전망대가 나타났다.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자 눈부신 울산항의 풍경이 펼쳐졌다. 울산 앞바다와 태화강의 합류 지점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울산항을 드나드는 대형 유조선의 움직임과 석유화학 공단이 손에 잡힐 듯 그려졌다. 공단너머로 울주군 영남알프스 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졌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조선소와 석유공단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경쾌한 북 장단처럼 들렸다. 이 소리에 마치 울산 시민들의 삶의 향기가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동구와 남구 장생포를 잇는 울산대교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울산대교 전망대가 화정산에 세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오감을 자극하는 소박한 이 전망대에 오를 것을 추천하고 싶다.

화정산과 이어진 염포산 전망대로 발길을 돌렸다. 염포산은 편백나무로 가득했다. 산길을 걷는 내내 피톤치드가 마구 뿜어져 나와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만 같았다.

염포산 전망대에 오르다 만난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켰다. 목마름을 해소시킬 약수물이 달콤하기까지 했다. 5분가량 더 걸으면 염포산 전망대가 나타난다. 염포산을 따라 주욱 걷는 길은 ‘나래길’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아름다운 나래길을 걸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로 움츠려진 어깨를 활짝 펴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이 산을 기점으로 안쪽은 울산항, 바깥쪽은 동해를 조망할 수 있다. 마음 편한 벗과 함께 잔잔하게 불어오는 해풍을 온몸 가득 느끼며 이야기를 나눠보자.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걷는 이 길이 우리에게 삶의 갈길을 이야기해주는 뜻밖의 행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동구 주민들이 화정산에 마련된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화정산 전망대 tip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5시쯤 화정산 전망대를 찾으면 울산항의 일몰과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노을빛 사이로

빛나는 ‘화암만조’

이곳은 예부터 일몰로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경치 중 으뜸으로 꼽았던 곳이 ‘화암만조’. 바로 이곳이다.

화정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방어진 꽃바위 일대는 검회색 바위 위에 꽃무늬를 연상시키는 하얀 무늬가 많았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면 바닷물이 만조를 이뤄 꽃무늬 바위가 물속에서 출렁거렸다. 저녁 무렵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물속에 잠긴 꽃무늬 바위가 드러날 때 경치가 빼어났다고 한다.

화암만조는 1989년 항만건설과 매립으로 사라졌지만 일몰이 일어날때 쯤 화정산 전망대를 찾아가면 화암만조의 아름다운 자취를 찾을 수 있다.

글·사진=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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