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_민노총 12년만의 ‘합석’
현중_민노총 12년만의 ‘합석’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12.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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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모 노조위원장 취임식서 제명 뒤 첫 연대사
노조 재가입·사내하청 문제 ‘뜨거운 감자’예상
▲ 정병모 현대중공업 새 노조위원장은 3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약을 꼼꼼히 챙기며 민주노조 희망을 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일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지회장이 잇따라 연대사를 했다. 현대중공업이 2004년 민주노총에서 제명된 이후 민주노총 간부가 연대사를 한 건 처음있는 일이다. 취임식에서는 또 수년간 볼 수 없었던 민중의례도 진행됐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날 오후 1시 사내체육관에서 정병모 노조위원장의 취임식을 열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0월 17일 노조위원장 선거는 혁명이었고, 조합원들의 힘과 열망에 세상은 깜짝 놀랐다”며 “그러나 어렵게 되찾은 민주노조의 앞날에 대해 우려하는 조합원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만하지 않고 후보 때 내세웠던 공약을 꼼꼼하게 챙기겠다”며 “일시금에 묻혀 왜곡됐던 기본급을 높이고,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취임식에서는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의 연대사가 준비됐다.

현대중공업노조는 2004년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에서 제명된 이후 민주노총 간부를 취임식에 초대한 일은 없었다.

강성신 민노총 울산본부장은 이날 연대사에서 “과거 노동계의 전설이었던 현대중공업노조에서 12년만에 민주노조가 출발한 것을 축하한다”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노조 등 주변사업장과 연대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비정규직(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특히 하창민 사내하청지회장은 “현대중공업에 다닌다고 하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먼저 물어본다. 비정규직은 장가도 못간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내 가족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대사는 앞으로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사내하청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웃기업인 현대자동차에 비해 사내하청 문제가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이번 민노총·사내하청노조 연대사를 기획했다는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기획선전담당은 “지역노조와 연대를 강화하고 바로 옆에서 일하는 하청노조에 대해 좀 더 신경쓰자는 의미에서 이 같은 연대사를 준비했다”며 “일각에서는 당장 민노총에 재가입하는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지역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날 강성 투쟁의 대명사인 민주노총과 19년 무파업 기록으로 노사상생 회사로 자리매김한 현대중공업의 어색한(?) 만남이 앞으로 노사정간 긴장국면을 예고할 지, 기우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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