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울산문화의 마중물이 되다
중구, 울산문화의 마중물이 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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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지하수를 땅위로 끌어올려 식수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펌프라는 기구가 생겼다. 이렇게 생긴 펌프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우리나라에서 1990년도 후반까지 시골지역에 사용됐다.

어린 시절 많이 볼 수 있었던 이 펌프는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세찬물이 쏟아지곤 했다. 그러나 펌프에서 물이 나오기 이전에 반드시 물을 한바가지 정도 부어 지하수가 잘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마중물이다.

이탈리아의 로마, 잉카제국의 도시 마추픽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은 그 독특한 문화유산 덕택에 세계인들의 입에 자주 회자된다. 그런 문화유산으로 따지면 울산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1962년 이후 3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중공업도시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바람에 울산은 마치 문화유산 불모지인양 취급돼 온게 사실이다.

한 때 울산의 원도심을 구성했던 중구가 지난날의 문화유산을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중구는 중구문화거리축제, 병영성, 외솔기념관 등 울산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중구는 전통문화 계승과 주민 화합을 위해 지난 10월 중구문화거리축제를 개최했다. 프린지 공연을 시작으로 조선시대부터 시작돼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끊긴 ‘마두희’라는 줄다리기 행사를 선보였으며, 이를 보기위해 30만명의 관광객이 울산을 찾았다.

중구의 또 다른 문화유산인 병영성(사적 제320호)은 태종 17년(1417년)에 축성돼 1894년 갑오개혁까지 500년 가까이 경상좌도병마절제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조선시대 육지에 상륙한 왜적을 이곳 병영성에서 막았다.

지난 9월 병영2동은 동 브랜드 사업 ‘역사야 놀자’를 통해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병영성에 대한 역사를 현장에서 설명했다. 그들에게 중구가 문화가 살아 있는 고장이라는 자부심과 애향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또 얼마 전에는 지역 문화유산으로서의 병영성의 가치를 일깨우고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경상좌도 병영성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 시민 등 약 500여명이 참석해 우리문화를 체험했다.

울산의 향토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삼일사당과 외솔 최현배 기념관도 빼 놓을 수 없다. 중구는 매년 4월 ‘울산병영 3·1운동’을 기념해 3·1운동 재현행사를 연다. 첫날 위령제를 시작으로 추모제와 독립만세 출정식이 거행된다. 지난 4월에도 3천여명의 주민과 학생, 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아 등이 병영초등학교에서 병영사거리까지 태극머리띠를 매고 손에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쳐 그날의 함성을 재현했다.

또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국어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0년 3월에 개관한 외솔기념관은 최근 우리가 조성한 문화유산이다. 매년 외솔기념관에서 중구문화유산전과 다양한 문화체험 놀이 및 사진전이 열고 있다. 이곳은 현재 한글문화예술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구는 울산지역 문화발전의 마중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묻혀져 있던 울산의 가치를 다시 되살려내는 작업을 중구가 맡고 있다. 도시든, 국가든 지금 전 세계는 자체 문화를 다른 나라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구는 지역문화발전의 선두주자로 울산지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박맹진 중구 병영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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