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토박이의 긍지, 건빵학교
울산토박이의 긍지, 건빵학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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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울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두고 어른을 몰라보는 막되어먹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건빵학교’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대부분이 외지에서 그저 안면 몰수하고 돈만 벌려고 들어온 못 된 사람, 사실은 ‘X새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토박이는 다르다.

자동차 길의 건널목이 부실한 빈민촌 동네와 이 동네에 인접한 부자 동네의 잘 정돈된 건널목을 두고 어느 경제학자가 명쾌한 해석을 한다. 부자 동네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살 생각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대해 관심을 쏟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대로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은 이동이 잦다. 건널목을 개선해달라고 싸우는 것은, 그곳에 세를 들어 살다가 곧 떠날 사람에게는 시간낭비에 불과할 뿐이다(경제학 콘서트, 이진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8). 이런 현상을 보고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양극화(부자는 점점 부자,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짐)를 지적하며 침을 튀긴다. 선동이지 정말이 아니다.

울산은 타 도시에 비해 물가가 비싸다.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한 삼년 해먹다가 돈만 벌면 떠날 것이니까, 조금 비싸게 받으며, ‘내가 당신을 언제 보겠다고?’의 식이다. 이것을 분석하지 않고 물가가 비싼 이유를 다른 데서 찾으려고 한다.

울산은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진다. 속된 말로 울산의 학생들은 머리가 나쁜가? 천만의 말씀이다. 통계학의 중앙 집중 한계 정리(central limit theorem)로 풀이하면 모두 정상분포를 보이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도 있다. 학생의 부모나 학교의 선생님이나 윗글의 부자 동네 사람들처럼 여기 울산에서 한 50년 살 생각, 입향조(入鄕祖)가 될 꿈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데에 잠복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남의 탓만 하는 것이다. 온산 중학교 이재기 교사는 남창이 고향이다. 고향의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려고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10년을 내다보고 공단의 거칠은 정서를 다듬고 있다.

울산은 다른 안정된 고장에 비해 길가에 쓰레기가 많다. ‘깨끗하다’는 말 자체가 여러 가지 살아가는 일에서 울산 사람들에게는 반감이 생겨 싫다. 약속을 어겨도 나만 실속을 챙기면 되고,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려도 내 집 마당이 아니면 된다. 돈 벌어 떠날 생각만 한다.

울산의 텃세가 잘 못 되었다. 본래의 텃세는 내 고장의 풍습을 따르지 않으면 끼워주지 않는 ‘내 터를 새롭게 여긴다’는 것이다. 울산의 건빵학교가 우리의 터를 우리가 가꾸자는 토박이들의 상징이었다. 해방이 되자 일본군들이 삼산 들판의 군수물자 창고에 건빵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냥 퇴각하였다. 해방의 혼란기, 무질서 속에서도 토박이들이 이 건빵을 먹어 치우지 않고 전국에 싼값으로 팔았다. 목적은 당시 울산에는 하나도 없었던 여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공식 명칭은 학성여자중학교이었지만 주민들은 건빵을 팔아 지은 학교라고 해서 ‘건빵학교’라고 불렀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제 이런 울산시민의 자율정신을 살려 ‘어른을 모실 줄 아는 고장 만들기, 회사 만들기, 학교 만들기의 텃세’를 세워야 한다. 이것을 따르지 않으면 텃세를 부려 퇴출시키는 것이다.

/ 박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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