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근절,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근절,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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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시간 감기 기운도 있고 해서 곤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휴대전화 벨 소리가 온통 집안에 울려 퍼졌다.

이 깊은 밤에 어디서 온 전화일까.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머리맡에 둔 전화기를 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취기 있는 목소리에 다급함을 느끼게 하는 전화였다.

“형님! 어딥니까? 형님! 제가 지금 경찰서에서 잡으러와 집사람, 딸냄이 하고 경찰차 타고 경찰서로 가고 있습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잡아 갑니까? 경찰이 이래도 됩니까?”라고 했다. 억울하고 분노에 찬 말투였다.

뜬금없이 자다가 깨어 전화를 받는 통에 무슨 말인지 도무지 빨리 감이 오지 않았다.

“왜? 무슨 일인데” 하며 다잡아 물으니까 “마누라 하고 못 살겠어요” 라고 했다. 거칠고 원망스런 대답이었다.

그제서야 이 사람이 부부싸움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너, 부부간 싸웠구나! 요즘 4대 사회악인 가정폭력을 엄정하게 단속하고 있는거 모르나? 옛날생각하고 있으면 안돼! 빨리 사과하고 화해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과 달라 엄한 처벌을 받는다” 라고 훈계를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알고 보니 술 마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 가정사 문제로 부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홧김에 손찌검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정폭력으로 파출소에 신고된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다 참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가 아니었던가. 이 사람도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

예상컨대 지금도 중년 연령층 이상의 남성들 중에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내 가정의 일인데 왜 경찰이 끼어들어 야단이야’ 하는 구시대적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그릇된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루속히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정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필자도 수년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울산가정행복학교’에서 ‘아버지교육’ 과정을 수료한바 있다. 가정과 학교교육에서 배우지 못한 진정한 아버지의 자세와 역할을 새로 터득했다.

청소년기 자녀교육 방법에 대한 실습과 발표를 통해 알차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아이들을 기러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가정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치게 되고 배우자에 대한 배려, 훌륭한 자녀양육 방법 등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런 일은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양한 교양·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인식전환 운동에 적극 나설 때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울산경찰은 사회 4대악 척결의 한 분야로 가정폭력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통계만 보더라도 가정폭력범죄 243건, 264명을 단속해 작년 1년간의 198건, 202명 보다 월등히 높은 효과를 얻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상반기 ‘가정폭력 체감안전도’ 설문조사에서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펼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현갑 울산지방경찰청 정보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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