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가마솥밥 내음
가을은 가마솥밥 내음
  • 김미선 기자
  • 승인 2013.11.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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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통일전 앞길·경북산림환경연구원
▲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의 조경 관리에 사용되는 경운기가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낙엽 쌓인 나무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길에서 깊어가는 가을 냄새가 물씬 난다. 땅거미 내려앉을 무렵 어느 시골길에서 맡을 수 있는 낙엽 타는 냄새 같기도, 할머니가 쭈글쭈글한 손으로 군불 지펴 끓여주던 구수한 밥 냄새 같기도 한 그런 냄새. 가을 냄새는 그렇다. 의도하지 않아도 추억에 잠기게 하고 여행을 꿈꾸게 하고 길 위에 서게 만든다. 주말 등산객이 넘치는 영남알프스도, 출퇴근길에 무심히 지나치는 도심 가로수도 곱게 물들었다. 우물쭈물 거리기엔 벌써 가을은 깊었다.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공광규-별 닦는 나무 中>

▲ 늦은 오후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을 찾은 비구니 스님들이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있다.
지척이면서도 울산보다 조금 일찍 가을이 찾아온 경주 통일전 앞길은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별 닦는 나무’로 가득하다.

시 한 구절 떠올리며 걷는 별 닦는 나무 길엔 노랗게 물든 잎들이 이미 흩날리기 시작했다. 짧기만 한 가을 오후, 아직은 따듯한 햇볕 쬐며 곧게 뻗은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눈앞에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에 대한 기록과 화랑의 정신을 기리는 통일전이 펼쳐진다. 입장료 500원을 내고 들어서 계단을 층층이 오르면 한눈에 펼쳐지는 은행나무 길의 모습. 그 풍경은 나무 사이를 걷는 것 만큼이나 시원하다.

통일전을 바라보고 바로 왼쪽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근사하게 피는 자그마한 연못 서출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1㎞쯤 시골길을 걸으면 경상북도환경산림연구원이 있다.

경상북도환경산림연구원은 임업시험연구 및 실용화를 통해 농촌과 산촌의 소득증대를 꾀하고 산림재해예방 및 복구 등 각종 산림연구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림 생산성 향상 등 산림산업도 함께하는 전문 연구기관이지만 멋진 조경과 습지 생태관찰원, 야생동물원, 야생화원, 무궁화동산, 산림전시실 등의 볼거리로 일반인들에게는 자연학습 및 휴식지로 입소문이 나 있다.

▲ 통일전 앞 길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접어든 계절을 느끼게 한다.

봄이면 각종 야생 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산림 연구원의 매력은 가을이 으뜸이다. 색색고운 단풍이 안내하는 가을여행과는 조금 다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귓가를 스치는 낙엽 바스러지는 소리는 계절이 이미 만추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한다.

산림연구원을 가로지르는 실개천 가 벤치에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혹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산책로에는 카메라나 스마트 폰으로 추억 남기기에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 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에 젖어 옛 추억을 곱씹을 테고 또 누군가는 먼 훗날 오늘 이 길 위의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했던 누군가를 그리워 할 테지.

울산시청을 출발점으로 7번국도를 따라 자가 운전 한 시간여면 도착하는 통일전 앞 은행나무길과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짧은 가을 훌쩍 떠나버리기 전에 한나절 가을 밟으러 가자.

글·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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