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시대를 열자
환태평양 시대를 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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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신생 독립국가로 출발한 우리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생산자원이 고갈돼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53년 휴전 당시 남한경제는 1940년대 초반 생산수준보다도 밑돌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다.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 돼 미국의 경제원조에 의존해야 했다. 실제로 1953~1961년 동안 우리가 받은 해외원조 규모는 연평균 총투자율의 약 64%를 차지할 정도였다. 1950년대 농업국가에 불과했던 한국이 지금은 경제규모 세계 15위, 무역 규모 8위, 과학 경쟁력 5위, 세계 특허 보유 3위, 반도체와 선박 생산 1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지난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건국 60여년, 경제개발 50년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이제 우리는 세계무역의 변방에서 중심국이 됐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대외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1998년 주요 경제대국들의 포럼인 G20의 창설 멤버가 됐다. 2010년 11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제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사회에서 정치, 외교적으로도 위상이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우리는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1996~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안보리에 진출한 셈이다. 60년 전만 해도 먹고살기에 전전긍긍했던 나라가 이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또 1950년대 국제원조로 명맥을 이어가던 나라가 50년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우리는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 의장국으로 선출돼 국제원조의 모범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명실 공히 경제대국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지금은 우리가 50년, 100년 이후에도 지금처럼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해외 진출을 늘려야 한다. 또 무엇보다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환태평양지역으로 경제활동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환태평양지역에 있는 국가들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제1그룹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다. 다음은 상호무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국가들이다. 제3그룹으로는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이 큰 멕시코, 브라질,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국가와 에티오피아, 남아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를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가 부족한 원자재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부동산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근래에는 한류 열풍이 환태평양지역에도 상륙해 이들 나라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평판도 좋다고 한다. 또 이 지역으로부터 한국에 일자리를 구하거나 관광 또는 결혼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환태평양지역 국가들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아 경제적, 정치적으로 협력자 또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확립해 나가야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들이 이들 국가들과 정치적, 외교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경제적으로 상호협력을 넓혀 나가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환태평양시대로 나아감에 있어 울산과 상대국들의 역할을 한번 생각해 보자. 울산은 환태평양지역에 우리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전진 기지일 뿐 아니라, 이 지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이기 때문에 환태평양시대의 출발지점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울산항을 중심으로 동북아오일 허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환태평양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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