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계절에 ‘빚’을 갚자
이 아름다운 계절에 ‘빚’을 갚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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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라는 유명한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설립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최태섭 회장이다. 그는 평양의 오산학교를 졸업했다. 해방 후 월남해 국제기아대책기구를 세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대학을 설립하는 등 국가 교육에 크게 헌신했다.

그가 해방 후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 받아 사업하던 중 6·25전쟁이 터졌다. 그런 상황에서 은행을 찾아가 열심히 돈을 벌어 1·4후퇴 때 빚을 갚겠다고 했다. 그러자 은행 직원이 “이런 전쟁 통에 무슨 빚을 갚겠다는 것이냐. 피난이나 가라”고 했지만 기어이 빚을 청산하더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사업을 재개하려고 다시 은행을 찾아갔지만 아무런 담보도 없이 대출을 신청했으니 거절당할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그가 막 은행을 나오려는데 은행장이 그를 알아봤다. 그 은행장이 바로 1·4후퇴 때 대출 빚을 받았던 그 직원이었다. 그래서 그는 신용 하나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재개했고 성공해 ‘한국유리’를 창업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으로 엄청난 자선 사업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빚은 갚아야 한다. 비단 재물의 빚뿐만 아니라 사랑의 빚, 은혜의 빚도 갚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엄청난 빚을 지며 살아왔다. 부모에게, 스승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그 뿐만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엄청난 빚을 졌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많은 우방국들이 ‘사랑과 은혜’로 우리를 감싸왔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은혜를 당연히 여긴다면 우리는 소위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감사가 없고 삶에 기쁨이 없다. 은혜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인생을 보람되게 살 수 있다.

인생에는 3종류가 있다. 첫째는 유아독존(唯我獨尊)형이다. 남에게 신세도 안지고 도움도 안주는 형,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이 인생을 살겠다는 형태를 말한다. 이런 사람은 받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은혜 없이 살아온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부모의 은혜가 있었기에 태어났고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둘째 채권자(債權者)형이 있다. 이런 사람은 항상 자기가 수고한 만큼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자신은 손해 보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늘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뭄에 늘 불평,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 또한 받은 은혜를 모르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다.

끝으로 채무자(債務者) 형도 있다. 이런 사람은 항상 자신이 빚을 지며 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은 그 사랑의 빚을 한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다 생각하고 늘 삶 자체를 고맙게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간다. 부모의 은혜, 친구들의 사랑,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해 준 스승과 동료들, 나라와 민족, 더 나아가 우방국들의 도움을 어찌하면 다 갚을수 있을까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런 사람이 바로 늘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은혜도 사랑도 다 빚이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 우리가 모르고 살아가는게 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나라의 아이들이 지금도 먹을 것이 없고, 입을 옷이 없으며 신을 신발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다.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루 종일 돌을 깨며 막노동을 해야 한다. 과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 아닌가. 우리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우리 우방들은 그런 우리를 도왔다. 이제 우리는 그들에게서 받은 빚을 갚아야 한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빚진 자’의 아름다운 의식을 가져보지 않겠는가.<최병락 국제기아대책 울산지역본부장·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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