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시생을 위하여
수능 응시생을 위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06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게는 12년, 짧게는 3년 동안 한가지 시험을 위해서 일로 매진했으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한 것입니다. 비록 중간에 느슨했던 시간들이 있었을지라도. 그래서 시험 결과가 어떻든 담담히 받아들일 자세로 시험에 응해야 합니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것이 다 좋은게 아니고, 나쁜 것이 나중에도 꼭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응해야 합니다. 누구나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응해야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시험에 응할 수 있습니다.

수능 당일,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천명(天命)을 기다리듯 결과를 기다리면 됩니다.

이소룡이 주연했던 용쟁호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소룡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무술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때 돌연 함정에 빠져서 천하의 이소룡도 어찌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립니다. 이때 이소룡은 쌍절곤을 목에 걸치고 가부좌를 튼 채 모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도로 고요하게 상황 자체에 몰입합니다. 그리곤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폭발적으로 반응해 궁지를 탈출합니다.

수능 시험은 어쩌면 이 땅의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부과하는 종결편 함정이자 궁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의 이소룡처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오직 당면한 시험 상황, 시험 과목, 그 내용 그 자체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흔히 인생을 싸움에 비유하고, 시험도 싸움에 비유합니다. 어쩌면 수능은 일생 중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에 치르는 가장 화려한 싸움입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싸움의 기술을 배우듯 각종 공부의 기술인 국어의 기술, 수학의 기술 등을 익히고 자기 관리의 기술, 대입전형 분석과 활용 전략도 배웁니다.

그런데 싸움의 고수는 싸움을 하는 그 순간에 적용할 기술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우는 실제 상황에서 싸움의 기술을 생각하면 반응이 느려지고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의 표정, 눈짓, 몸동작을 읽고 느끼는데 온 신경을 쏟아 붓습니다. 미세한 숨소리나 심장 박동의 강약과 속도조차 감지해 반응하려고 합니다.

수능에 임하는 자세도 이래야 합니다. 시험 문항의 발문, 지문 그 자체에 몰입해야 합니다. 그러면 시험 문항의 표정과 몸짓이 보일 것이고, 출제자의 숨소리와 심장박동이 들릴 것입니다.

시험을 치는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 동안 들어왔던 온갖 요령과 기술…. 그리고 시험을 잘 쳐야한다는 욕망마저도. 그러면 무욕의 상태에서, 부동심의 자세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시험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정호식 울산외고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