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살 소녀, 주검으로 세상을 고발했다
여덟살 소녀, 주검으로 세상을 고발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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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여덟 해를 겨우 살았던 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전 국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민들은 피의자인 계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분노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의 주검에 남은 왼손의 화상자국, 오른쪽 허벅지의 수술 흔적, 부러진 갈비뼈 16개, 근육마저 소멸된 세포 등은 수년간 상습적으로 학대받은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세상에 전했다.

아이가 2년 전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았었다. 계모가 상담을 거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5일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계부·모를 포함한 부모의 아동학대가 4만4천470건으로 전체 5만6천192건 중 79.14%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 행위자의 특성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부적절한 양육태도가 14% 양육지식 및 기술부족이 12.6%로 나타난다.

이는 ‘내 아이니까 알아서 키우겠다’는 논리가 얼마나 일그러진 궤변인가를 방증하는 자료이자 학대가정이 양육에 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아동복지법’은 피해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상담, 교육, 의료·심리적 치료 등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무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아동의 가족에 대해서는 ‘보호전문기관의 지원에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피해아동의 가족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거부하면 기관은 별다른 도리가 없다. 법의 처벌을 받는 아동학대 가해자에게도 상담, 교육과 같은 전문기관의 관리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처럼 강제성 없는 제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빈 칼자루만 쥐어준 모양새다.

아이 한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의 가정과 사회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허울만 좋은 제도로는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그 아이를 죽인 것”이라고 오열하던 한 주민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맴도는 이유다.

<주성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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