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희, 제대로 키워보자
마두희, 제대로 키워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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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월 15일 읍에 사는 사람들이 동서 2부대로 나뉘어 새끼 줄을 끌고 당기며 경쟁하는데, 이로써 풍흉을 점친다. 동쪽이 이기면 기근이 들고 서쪽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대개 말머리는 동대산의 한 맥이 곧장 달려 바다에 떨어진 모양이 마치 말의 머리와 같은데, 원래 서쪽을 돌아보지 않으므로 읍에 사는 사람들이 이를 불길하게 여겼다. 이에 달리는 말을 새끼줄로 끌어당겨서 서쪽을 바라보도록 형상화 한 것이며, 놀이의 이름을 삼았다.’

마두희 놀이에 대해 조선 영조 ‘울산읍지’ 기록 일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울산의 마두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일본의 민족정신 말살 정책으로 중단됐다. 그 뒤 1985년 7월 15일 울산시가 주관해 태화강 둔치에서 시행했으나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다. 1999년 처용 문화제 행사 때부터 3년간 진행됐으나 지원 부족으로 다시 중단됐다.

2012년 중구문화거리축제가 이 마두희를 전승하기까지 적지 않은 굴곡이 있었다. 2011년까지 중구문화거리 축제가 십여년째 거행되고 있었지만 정체성 부족과 산만하다는 지적을 거듭 받고 있었다. 이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축제 추진위원회는 울산중구문화거리축제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국내외 축제의 벤치마킹 계획을 세웠다. 2012년 7월 무더운 여름, 박성민 중구청장과 축제 추진위원회는 주민 참여형 거리 축제로 유명한 일본 ‘하카타 기온 야마가사 마쯔리’를 견문하게 됐다.

우리는 새벽 3시에 기상해서 축제 현장에 4시 도착해 야마가사 마쯔리의 대표 프로그램인 가마달리기의 광경을 봤다. 1t이 되는 가마를 5㎞를 달려야 되는 민속놀이. 예전에는 전염병 퇴치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가정의 화목과 가게번창에 의미를 두고 노인부터 아이까지 함께 달리는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서로 힘내자는 의미로 구령도 붙여가며, 가마를 끌던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자리를 바꿔가며 서로 끌어가는 모습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동질감을 느끼는 시간이라 느껴졌다. 축제장을 빠져 나와 이동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가마달리는 모습에 놀라고, 새벽시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를 가득 메운 일본 주민들과 축제를 즐기고자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지역 전통 축제를 찾아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고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게 바로 울산중구문화거리축제 대표 프로그램 ‘마두희’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두희를 복원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기록에 의하면 마두희 줄다리기에 사용되는 한 줄의 길이는 약 100m라고 한다. 올해는 그 줄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제작했다. 이를 통해 구민 화합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그리고 다른 민속놀이의 귀감이 되고자 한 것이다.

두번의 진행을 가진 ‘마두희’가 시간이 흘러 진정한 축제, 시민의 축제로 거듭난다면 지금의 일본 ‘하카타 기온 야마가사 마쯔리’처럼 축제 시기가 되면 시민 모두가 전통의상을 준비하고,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아직 구축해야할 것, 수정 보완해야할 것들이 산재해 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는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의 참여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관(官)이 주도하는 축제가 아니라 민(民)이 주도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는 말은 그 동안 수없이 되풀이 돼 왔다. 이제 그렇지 못한 현실을 탓 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고, 화합의 장이 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성연 중구문화거리축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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