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청소년 선도의 숨은 공로자
[교육칼럼]청소년 선도의 숨은 공로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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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정도로 면담을 거부하면서 자꾸만 다른 선생님을 추천하겠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면담을 거절하는 교사들이야 말로 진정 숨어있는 아름다운 선생님이었다. 이재기 교사도 그랬다.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 보기에 버릇없는, 잘 못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계속 설득하여 면담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경남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울산의 H고등학교로 발령을 받고 왔다. 고향도 남창이어서 안정된 교직의 마음 추스르기가 쉬었다. 그만큼 학생들 진로지도, 생활지도에 마음을 쏟을 수 있었다. H고등학교는 학교 분위기도 학생들도 그렇게 썩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도 이 교사는 10여명의 체육과를 지망하는 고3학생을 위해 특별한 방과 후 학습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시내에는 체대입시 준비학원도 없을 때였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주었다. 전원 체육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체육과 지망생은 40%의 실기가 중요한 요소이었다. 이것을 이 교사는 착실하게 1년 동안 준비시켜 전원 진학시킬 수 있었다. 초임 발령지의 초임 교사의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흐뭇한 이야기이었다.

S여중으로 근무학교를 옮겨 학생지도를 맡았을 때, 우리나라 전체가 학생들의 ‘일진회’라는 불량, 폭력 서클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S여중도 마찬가지로 일진회 회원 약 10여명이 학교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 교사는 일진회 서클을 바로 잡으려고 교장선생님과 의논하여 3년 계획을 세웠다. 그 이유는 지도하는 과정이 최소한 3년이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3학년 회원은 2학년에게 명령도, 연락도 취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약속한 벌을 예외 없이, 일관성 있게 시행하였다. 일 년 뒤에는 이들이 졸업하고 나가고, 2학년이 3학년으로 올라가서도 아래의 2학년과 다시 1년간 단절 시키고, 다시 일 년이 지나 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일진회는 3학년만 남게 된다. 첫해의 3학년 학생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그중의 한명은 울산공고에 여학생이 입학하여 홍일점으로 유명했고 또한 성공한 사례였다. 이렇게 3년이 지났을 때, S여중에는 일진회가 발붙일 자리가 없어지게 되었다. 당시 윤석순 교장 선생님과 합동으로 성공 시킨 사례이다.

학생지도의 회상으로 부모들에게 부탁 한 마디, 어머니가 딸의 일탈행동을 아버지에게 철저하게, 무조건 숨기고 보는 데에 잘 못이 있다고 한다. 자녀의 생활지도는 부모가 함께 해야 하는데 호랑이 같은 아버지가 알면 큰 일 난다고 숨기는 데에서 싹이 커진다고 한다.

최근의 이 교사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청소년 생활지도에 여념이 없다. 온산공단의 특수성으로 보아 어른들이 우선 바로 되어야 한다. 그러고서 학생들의 생활지도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청소년 생활지도’ 캠페인이 이러한 취지로 벌어지고 있다. 한 달에 한번 학부모, 학생, 교사가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벌이는 캠페인이다. 점점 활성화되고, 학부모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 교사의 말, ‘이런 캠페인에 참여하는 어른들만이라도 청소년의 생활지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이 크게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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