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리즘을 향한 지역 박물관의 역할
글로컬리즘을 향한 지역 박물관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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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의 박물관 몇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박물관마다 성격과 철학을 잘 드러내 좋은 영화 한편을 본것같은 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의미 없이 전시물만 나열한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에서 받은 인상은 그대로 그 지역의 상징이 된다. 문화적 소양이 있든 없든 낯선 곳을 여행할때 우선 방문하는 곳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시설로 지역문화이해의 기준이자,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중요성을 지닌다.

박물관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박물관 미술관을 건립했다. 2003년 박물관과 미술관은 총 355곳이었던 것이 2011년 848곳으로 늘어났다. 10년 채 안돼 2배가 넘는 박물관·미술관이 생긴 셈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박물관 수로 한 나라의 분포정도 기준을 삼고 있다. G7국가들의 박물관 미술관 수는 인구 평균 2.7관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6개 정도니 우리나라 박물관 수가 비약적 증가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분포는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많아 울산의 박물관은 인구 10만명 당 7.9곳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추진 중이긴 하지만 아직 유일하게 미술관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수적 증가만큼 중요한 것이 질적 향상이다. 박물관 하면 으레 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유명 박물관을 떠올려 수준높은 유물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는것을 기대한다. 그런 박물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방 박물관들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현대의 박물관 역할은 유물을 수집·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회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화를 부르짖던 시대를 넘어 현대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동시에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로컬리즘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글로컬리즘이란 보편적 문화로 나아가려는 세계통합주의와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추구하려는 지역중심주의를 결합한 용어로, 대립적 성격의 두 이념을 아울러 지역의 전통과 가치를 살려 세계로 나아가는 것 목표로 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 박물관의 역할도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한 지역은 특수한 환경과 역사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나름의 독자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다. 박물관은 지역의 정서와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은 지역문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데 기여하는 일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박물관이 지역사를 흥미있게 전달한다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여겨지던 역사를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 속에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지역이 세계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지역 문화의 정체성도 세계사적 보편성 위에서 우뚝할 수 있는 것이다.

가수 싸이가 세계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로 대중가요의 발전으로 세계화된 보편성 위에 한국적 유머라는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올해 초 대곡박물관에서 했던 언양 지역의 천주교 역사를 다룬 ‘천주교의 큰 빛, 언양’ 특별전도 천주교 문화가 동아시아로 전파되는 과정의 세계사적 보편성을 이해하면서 언양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로 글로컬리즘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지역 박물관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물이든 인적 자원이든 인프라를 갖춘 바탕 위에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전시와 지역민과 연계한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와 세계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을 때 박물관이 진정한 지역 문화의 중심 공간으로서 거듭날 것이다.

<박미연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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