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합동연설회인가
누구를 위한 합동연설회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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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이 지난 24일부터 본격화했다. 5명의 위원장 후보들은 하나같이 ‘내가 적임자’라며 거창한 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선거전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튿날인 25일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 임원선거 합동연설회’가 있었다. 연설회가 열린 현대차 본관 잔디밭은 형형색색 조끼를 입은 인파로 둘러싸였다. 여러 현장노동조직에서 나온 후보별 선거운동원들이다. 오전 8시 50분부터 2시간동안 진행한 합동연설회에 조합원은 고작 20명만이 자리했다.

울산공장 조합원은 총 2만4천여명. 이날 연설회 참석 대상인 1조 조합원만 약 1만3천명으로 참석률은 0.15%에 불과했다. 조합원들은 그저 공짜로 주어진 2시간동안 여유롭게 개인시간을 보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공식 연설을 하는데도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었다.

문제는 후보간 정정당당하게 정책대결로 승부해야 할 선거가 초반부터 비방전으로 얼룩졌다는 점이다.

일부 강성 후보들은 실리 노선 후보를 노사협조주의로 폄하하며 공격에 나섰다. 마치 당선되면 당장이라도 투쟁과 파업을 서슴지 않을 기세다. 주간연속2교대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현 노조집행부에 대해서도 흠집내기가 이어졌다.

그저 노동권력에 매몰돼 ‘노사 협력’을 일방적 협조주의와 어용으로 몰아가는 잘못된 풍조에 조합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무리한 공약도 넘쳐났다. 자기 발등을 찍는 도끼가 되는지 모르고 너도나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현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노조 후보들은 모르는가 보다.

차기 노조 집행부가 무리한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실력행사에 나서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선심성 공약을 잔뜩 늘어놓고 당선된 뒤 ‘먹고 튀면’ 그만이라는 건가.

<권승혁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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