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타고 가을길 달리세요
자동차 타고 가을길 달리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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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대한 추억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삼남매 중 둘째인 필자는 오빠와 동생과 함께 소꿉놀이를 자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로 오빠는 아빠, 나는 엄마, 동생은 아가 역할을 했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거나 식사를 만들어 함께 먹거나 몸이 아픈 상황을 설정해 병원놀이도 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여행을 갈 땐 항상 차를 타고 가는데 우리의 차는 거실에 있는 소파였습니다. 긴 소파에 오빠가 제일 앞자리, 그다음 나와 동생이 순서대로 앉아 운전하는 시늉을 하며 오빠가 “붕~붕~ 출발~”하면 우리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버지가 처음 차를 장만하셔서 집 앞에 세워두셨을 때입니다. 어둠이 깔렸을 즈음 우리는 새 차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 나와 차 주변을 서성이며 마냥 신이 났었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그때는 무사고 안전기원을 위해 간단한 고사도 지냈습니다.

차에 대한 추억을 새삼 떠올리는 이유는 최근 필자가 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면허는 10년 전에 땄지만 운전할 기회가 없었다가 운전의 필요성이 절실해져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째입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구입해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치 부적처럼 왠지 모를 불안감이 사라지고 정체모를 든든함이 생깁디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2차선 도로로 진입해 빠져나가려는데 옆 차들이 내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깜빡이를 넣고 있습디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좁은 공간을 지나자니 식은땀이 흐르고 마음은 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골목길 주차를 할 때도 앞이나 뒤에서 다른 차가 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주차했습니다. 차와 차 사이 빈 공간으로 후진을 시도하는 찰나 백미러에 다른 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주차를 포기한 채 다시 나와 골목을 다시 한 바퀴 도는 상황도 연출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웃지 못 할 상황이 계속됐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은 내 생애 첫 음주측정이었습니다. 차로 40분정도 가야하는 근처 작업실에 들렀다 저녁을 먹고 선생님들과 동동주를 마셨습니다. 그분들은 몇 시간 후에 운전하니 한잔정도는 괜찮다 하셨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에 예의상 한 모금만 마셨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음주단속을 하는 게 아닙니까. 순간 움찔했지만 의연히 측정기 호스에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비록 초보운전이지만 운전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깜빡이를 넣지 않고 불쑥불쑥 차선을 변경하거나 불법 유턴하기가 예사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운전하기 몇 시간 전 ‘한잔 정도는 괜찮다’는 술자리에서의 발상 자체도 문제입니다.

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발생률 1위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더 크게 느끼는 바는 자동차는 인간이 발명한 것 가운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수 있다는 자신감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달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석양과 어우러지면 지금까지 느꼈던 행복과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감을 맛 볼수 있게 해 줍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는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귀여운 ‘꼬마자동차 붕붕’의 주제곡 가사가 아직도 생생하군요.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어렵고 험한 길 헤쳐 나간다.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면서. 아하~ 신나게 달린다. 귀여~운 꼬마 자동차~ 붕!붕!’

꼬마 자동차 붕붕은 꽃향기만 맡으면 힘이 쏟아 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세상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데려 간다고 했죠. 물론 초보운전을 하는 필자는 자동차 운전이라는 게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쉽지 않다는 걸 지금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을에 이 노래를 부르며, 꽃향기를 맡으며, 힘을 내고 어렵고 험한 길을 함께 헤쳐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며 여러분도 한번 따라 불러보세요.

<이하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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