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조사의 의미
지적재조사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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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에서부터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내 집’이란 행복의 씨앗을 틔우는 보금자리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마련한 내 집이 남의 땅을 밟고 있어 하루아침에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토지의 현실경계와 지적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지적도는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제작된 지적도에 기초하고 있다.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일제치하 임시토지조사국에서 실시한 토지조사와 1924년까지 이루어진 임야조사사업 등을 바탕으로 종이 지적도와 토지대장이 만들어져 100년간 사용돼 왔다. 그러다 지난 2006년에 와서야 지적도가 전산관리체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기존 종이도면을 전산화한 것에 불과해 지적의 완전한 디지털 구축이라고는 볼 수 없다.

종이 지적도는 한국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오염 및 훼손, 종이 재질 자체의 문제 등으로 지적도와 현실경계가 맞지 않다. 그러니 이에 기초한 전산 지적도 또한 제대로 맞을리가 없다. 이렇게 지적도에 드러난 것과 실제가 다른 땅이 전국에 554만 필지, 전국토의 15%나 된다. 토지분쟁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3천800억원이다. 이외에도 현 지적도는 일본의 측량원점(동경)을 사용해 세계표준과 약 365m나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지적도와 실제 땅이 다른 문제를 해소하고 종이 지적을 세계 표준의 디지털지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적재조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사업은 2030년까지 전국토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동구도 지난해 화정지구 외 2지구(411필지, 8만7천72m)를 사업지구로 지정해 본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진행할 때 개인의 측량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측량 비용을 비롯한 사업비 전액이 국비로 지원된다. 물론 이 사업의 실시에서부터 공부정리까지 토지소유자와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지적재조사 사업이 완료되면 잘못된 지적 정보를 바로 잡고 주민 요구를 반영한 경계조정으로 토지이용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토지모양을 정형화하고, 필지단위의 지표, 지상, 지하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10여년의 준비기간과 오랜 진통 끝에 2011년 9월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되고, 6개월 동안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해 지난 2012년 3월 17일부터 법령이 전면 시행됐다.

본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로 사업추진과정에 많은 혼선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연관돼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사업을 시행하는 지적소관청이 올바른 법령이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지적 측량수행자가 정확하게 측량한다면 사업추진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진통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00년만에 다시 그리는 우리 땅의 새 역사, 지적재조사이다. 우리 땅을 ‘반듯하게, 가치 있게, 행복하게’ 하는 일이자, 우리 땅에 아직 남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라도 바른 땅 만들기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신영규 동구청 토지정보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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