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1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도대체 산업기술박물관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울산에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다. 1조원짜리 국책사업이며 그 규모가 대단하고 울산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대답으로는 그들을 만족 시키지 못한다.

그들의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주기 위해 지난 2월 일본 나고야 도요타 자동차박물관을 시작으로 3월에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박물관 수십곳을 다녀왔다.

필자가 방문한 미주 지역 박물관을 통해 얻은 결론은 산업박물관 울산 건립이 울산의 산업을 2차 장치산업에서 3차 관광서비스산업으로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산업관광대국으로 변모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산업박물관이 울산에 들어선다는 전제하에서다.

여기서 ‘제대로 된 모습’이란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대로 국립이라는 틀 아래서 1조의 예산을 들여 건립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예산의 범위가 크다고 해서 ‘제대로 된 박물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규모 있는 예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다시 말해 박물관의 규모보다 그 속을 채우는 내부 요소가 더 중요하다.

박물관에 전시되는 유물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배경이 돼야 한다. 우리가 짓고자하는 것도 역사 또는 자연사 박물관이 아닌 산업기술관련 박물관이다. 따라서 STIC & 3F 요소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STIC이란 박물관의 내부를 채울 모든 전시물의 성격 규명이다. 과학적 요소(Science), 기술적 요소(Technology), 산업적 요소(Industry) 그리고 아이들 요소(Children)다. 거기다 박물관을 찾는 모든 이들이 재미(Fun), 환상(Fantasy), 매혹(Fascination)을 느낄 수 있게끔 연결 구성해야 한다.

필자가 방문한 시카고의 과학산업박물관이 그랬다. 방대한 유물전시도 전시지만 그 유물에 접목된 체험시설은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재미를 느끼고 매혹당하기에 충분했다. 스프링필드의 링컨박물관은 위대한 스토리 하나로 성공한 경우다. 링컨대통령의 정치적인 삶과 애환을 가족사와 더불어 녹여냈다. 디트로이트의 포드 박물관은 성공한 기업가인 헨리 포드의 개인적인 수집에서 출발했지만 주변 생산 공장견학과 19세기 민속촌의 일종인 그린빌리지(Green village)를 박물관과 연계시키고 있었다.

워싱턴 스미소니언 지역에 밀집해 있는 수많은 박물관들은 가족 놀이터였다. 박물관 바닥에 제집 안방인양 가족 단위로 누워 화려하게 펼쳐지는 영상물을 감상하다 배고프면 온가족이 푸드코트로 가서 함께 식사를 한다.

울산에 짓고자하는 박물관도 우리 생활에 밀착된 교육형 놀이터이고 가족 모두가 찾아가 쉴 수 있는 가족 쉼터가 돼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굴뚝 없는 산업’도 돼야한다. 한국이 산업관광 대국으로 가는 기반도 돼야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 60년 산업역사 발전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홍보 시설도 돼야한다.

이 엄청난 박물관이 현재 우리 곁에 와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제대로 된 박물관’의 건립이라는 우리의 목표에 아직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운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