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가야인 숨결이 귓전에…
1500년전 가야인 숨결이 귓전에…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10.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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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복천동고분·박물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더불어 있는 공간
▲ 복천박물관에서 고분군이 있는 야외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부산에는 ‘복받은 샘’이라는 뜻의 복천동이 있다. 마안산 기슭에 자리잡은 이 동네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 있다.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무허가 판자집이 난무하던 공간은 1천500년 전 가야인들의 세계였다. 도시 한 가운데 무덤이 있는 곳, 즐비한 주택가와 동래읍성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곳,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곳, 요란하진 않지만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산 복천동 고분군과 박물관을 찾는 것도 가을 주말나들이로 좋은 곳이다.

임나일본부설 허구 밝히다

부산시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은 우연히 발견됐다. 1969년 주택공사를 하다가 무덤의 일부가 파괴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발견 당시 부산지역 고고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억측이라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복천동에서 출토된 철제 유물 가운데 판갑이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출토된 찰갑, 투구, 경갑(목가리개), 종장판갑의 반 이상이 이곳에서 출토됐다.

특히 종장판갑은 4세기대 당대 가야 사람들이 제작한 순수 국내산이라는 점이다. 이 종장판갑이 발굴되자 “판갑은 일본에서 수입됐다”는 등의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던 일본인 학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 복천박물관에서는 다음달 11일까지 ‘선사·고대 옥의 세계’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은 1949년, 왜가 서기 369년에 임나가라를 정벌해 임나일본부 중심으로 약 200여년간 한반도 남부를 경영하다 562년에 신라에 빼앗겼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해왔다.

사적 제273호인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모두 113기의 무덤이 발굴돼 토기류, 철기류, 금속기류와 유리제 구슬을 포함한 장신구류 등 1만여점에 가까운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적은 2~7세기 이전의 지배층 무덤이자 철기 가야 문화의 번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부산의 대표적인 고분이다.

▲ 처용리 유적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 옥 귀걸이.

복천에서 옥현유적전시관을 생각하다

박물관은 고분군이 발견 되면서 그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보존, 전시하기 위해 1996년 지어진 고고전문박물관이다.

이곳의 장점은 자연과 어우러지게 지어졌다는 점이다. 벽돌을 하나하나 짜맞춘 계단과 수령 수백년은 넘은 듯한 나무와 읍성을 지을 때 사용됐던 돌 등을 박물관 뜰에 자연스레 꾸몄다. 복천박물관은 이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박물관을 찾은 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았다. 고분군으로 산책 나온 마을 어르신, 벤치에 앉아 책 읽은 청년, 홀로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찍는 여대생, 소풍 온 초등학생 등 평화로운 일상을 박물관에서 보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김해 양동리 고분에서 출토된 삼한시대 수정 목걸이.

복천박물관은 매년 어린이 고고학 체험강좌, 특별전, 학술 행사 등을 개최해 국내외 학계, 일반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불현듯 지난해 말 찾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폐관한 무거동 옥현유적전시관이 떠올랐다. 두 전시관은 건립 배경도 비슷한데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복천박물관과 10명 남짓 찾는 옥현유적전시관의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폐관만이 답이었을까?’하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옥의 세계’전이 열리는 1층 전시실.

선사·고대 옥의 세계

현재 복천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는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선사·고대시대 옥(玉)의 아름다움과 가공기술, 역사적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울산에서 출토된 옥 유물도 상당수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울산 처용리 유적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 옥 귀걸이를 볼 수 있다. 이 귀걸이는 우리나라 옥제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 북구 창평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기 시대 굽은옥, 울주군 언양에서 수습된 관옥, 울산 하대유적에서 출토된 옥장식 등 전국 주요 유적에서 출토된 1천370여점에 이르는 형형색색의 옥제품이 전시되고 있다.

울산에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만큼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 삼아 부산 복천동 고분군과 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은 가을 여행이 될 수 있다. 글·사진=구미현 기자

▲ 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복천동 고분군 전경.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대중교통: ①부산지하철 동래역 4번 출구 → 6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코끼리 유치원 앞에서 내리면 도보로 3분.

②부산 지하철 명륜동역 2번 출구 → 1번 마을버스를 타고 코끼리 유치원 앞에서 내려도 도보로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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