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스’는 효자태풍
‘다나스’는 효자태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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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대표하는 기상현상을 든다면 집중호우, 무더위, 태풍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늦게까지 기승을 부린 더위가 우리를 지치게 했다.

올 여름은 전반적으로 기온이 높았다. 특히 8월에 평균 최고기온이 34.1도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4.1도나 높았다. 또 8월 8일에는 38.8도를 기록하며 울산기상대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그날 이외에도 연일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해 전국매스컴을 장식했다.

한해 중 여름철에 강수량이 가장 많다. 하지만 올해 울산 여름철 강수량은 257.7㎜로 가을철 강수량 수준밖에 못 미치는 평년대비 40%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8월에는 47.7㎜의 강수량을 기록해 평년강수량 240.3㎜ 대비 20%에 그쳤다. 가을로 접어든 9월에도 평년의 30%에도 못 미치는 양의 비가 내려 올 여름은 사람뿐만 아니라 산과 강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너무 덥고 비가 안와 태풍이라도 오기를 기다렸지만 폭염을 가져온 북태평양고기압에 가로막혀 태풍도 올라오지 못했다.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전까지 23개의 태풍이 발생했었으나, 6월과 8월에 서귀포 남동쪽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던 2개의 태풍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제24호 태풍 다나스는 10월 4일 북태평양 괌 부근에서 태풍으로 발생해 일본 오끼나와 해상에서 중형태풍으로 발달하며 최전성기를 맞은 후 서귀포 남동쪽에서 대한해협 쪽으로 빠져나갔으며 10월 9일 일본 서쪽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돼 소멸했다.

태풍 ‘다나스’로 인해 남해안은 100~150㎜, 동해안은 100~120㎜가량의 비가 내렸다.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으로 울산은 식수 댐의 저수율이 떨어져 하루 21만t의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사용할 정도였다. 이번 비가 부족한 댐의 물을 보충해 주면서 더 이상 낙동강 물을 유입하지 않아도 돼 23억원의 비용을 절약하게 됐다고 한다.

태풍의 오른쪽을 위험 반경이라고 해 왼쪽보다 위험한데, 다행히 이번태풍이 우리나라의 오른쪽으로 통과해 피해가 덜하면서 비는 제법 내려 태풍 ‘다나스’가 가물고 메마른 울산지역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태풍 ‘다나스’가 우리를 향해 웃었다고 우리가 태풍의 무서움을 잊어선 안 된다. 아직 태풍의 계절이 끝나지 않았다. 태풍은 수온이 27도 이상인 해역에서 발생하는데, 현재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필리핀해역 해수온도가 29도 이상이다. 강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2003년에 4조7천억원의 재산피해와 132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태풍 ‘매미’는 가을철 태풍의 대표적인 사례다. 태풍의 상륙시간과 만조시간이 겹치며 해일이 크게 일어 남해안의 어촌들이 초토화됐고, 강풍으로 부산항과 울산항의 크레인들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확한 진로예측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대비태세가 더욱 중요하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태풍의 동향을 파악하고 만약의 경우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태풍은 지난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만 배나 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을철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다.

<김시중 울산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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