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문화향연
거리의 문화향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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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공연이나 영화, 음악회 등을 찾는 이들이 많다. 수요자가 특정 시간과 적절한 비용을 투자하면 주최측의 일방적인(?) 진행에 따라 지정된 건축물 안에서 감상하게 된다. 정형화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생활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틀에서 과감히 탈피한 행사들이 남구에서 시도되고 있다. 3대 디자인거리에서 행해지는 재능기부자의 자율공연, 찾아가는 거리음악회 등이 그것이다.

남구청에서는 2008년부터 국토해양부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삼산디자인거리, 바보디자인거리, 예술이 숨쉬는 길 조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 보행자 중심의 휴식공간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적용한 획기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한국경관학회와 한국도시설계학회에서 주관한 ‘2012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미관이 뛰어나 울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알려지게 됐다.

이러한 디자인거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도시 미관 향상, 휴식과 여유 공간 제공, 상권 활성화 등 여러 순기능이 있다. 여기에 한가지 욕심을 더해 남구청에서 시도해온 것이 문화예술행사다.

남구청은 보행자들이 주축이 돼 걷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연문화에 대한 시험을 했다. 길거리 공연 개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버스킹(거리에서 하는 공연) 등의 자율공연, 눈꽃축제, 거리문화페스티벌 등 보행자와 공연자가 하나 되는 공연문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보행자가 자연스레 관객이 돼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디자인거리라는 예술작품 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니만큼 공연을 위한 부대시설물이 필요 없다. 누구나 공연 주체가 될 수 있고 관객이 될 수도 있으며 주객이 일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유럽의 유명 거리에서 행해지는 공연 문화가 우리 남구에서도 그대로 정착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정서에 맞는 자연스런 거리문화가 뿌리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디자인거리의 기본 개념은 차량 중심의 도로를 사람 중심의 거리로 전환하고 도로의 선형을 굴곡화해 보행 안전을 위한 자발적 차량 속도 저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서구 유럽과 같이 자연스럽고 즐거운 길거리 공연문화가 정착하는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서울 홍대거리에서 학생들이 참여한 수많은 자율공연에 의한 소음 때문에 상가 주민들과 마찰이 생겼다는 보도를 접했다. 길거리 공연 문화가 정착되고 활성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한 이 보도가 울산의 바보디자인거리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희망일까? 울산의 문화·예술단체와 대학생들의 끼 넘치는 자율적 공연 참여를 당부드리고 싶다.

다행히 디자인거리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의 결과 일부 디자인거리에서는 공연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시민이 함께 조성하는 거리문화는 지역적 특성과 전통, 지역민의 정서 등이 주축이 된다.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은 상권 중심의 특성이 반영된 거리문화가 발달하게 되며, 예술 문화시설이 밀집한 지역은 예술을 주축으로 한 문화발달, 교육시설이 인접한 상권 지역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거리 문화가 형성된다. 급하게 성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리문화를 지켜보는 느긋함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전재구 남구청 도시창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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