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
역사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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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다. 그래서인지 신불산 억새평원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하지만 사람 사는게 마음먹은대로 되는가. 짬을 내 움직일 양 하면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귀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 잠시 돌아보고 옛 것에 취할 수만 있다면 도시민으로써 족한 감정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중구 유곡동 뒷산 여시 바윗골 수운 최제우 유허지에 가보라. 한적한 산속에 자리 잡은 빈터에서 1864년까지 40년 살다간 수운 선생의 발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산속인데 150여년 전 그곳은 깊은 산골이었으리라. 그 곳에 숨어 그는 편견 없는 세상을 한없이 고대했을 것이다. 스쳐 지나는 중구 교동 향교도 안에 들어서면 겉보기와 다르다. 세파에 물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한번은 가 볼만한 곳이다. 학성동의 울산 왜성도 주말 오후 들리기 좋은 곳이다. 이전의 구석지고 지저분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이 가을 멀리 염포 바다 쪽을 바라보기에 좋은 곳이다. 중구 동동의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는 이 달에 반드시 한번 가봐야 한다. 말 뿐인 한글날 공휴일이라고들 하면서 정작 그곳을 찾은 시민들은 몇 사람이나 될까. 복산동의 서덕출 공원은 도심 속 공원이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다. 북부순환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곳이 도심이란 사실을 잊어버린다.

이런곳에 가볼 여유마저 없다면 앞으로의 중구 곳곳을 생각해 보기만 하자. 다운동에 옛 다전(茶田)들이 역사공원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한다. 세종 실록지리지에 기록된 다전마을의 차는 울산군 토공품으로 임금에게 바쳐졌던 것이다. 또 다운동(다전 마을)과 청동기 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조성된 대규모 무덤군을 합쳐 규모 17만9천360㎡의 문화, 학습, 휴양, 숲속 체험의 테마 공원이 조성된다. 몇년 뒤 중구 성남동에 울산 시립 미술관이 들어선다. 지역 문화재 1호인 동헌과 어울리면 새로운 도시 문화를 형성할 것이다.

가끔 울산초등학교 앞에서 시계탑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문화의 거리를 찾는다. 가을 저녁 길거리 탁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이곳에 산다는 게 행복하다. 사람 사는 게 별 것 있는 가. 구태여 차려 입고 으스대며 멀리 갈것 없다. 크게 들여다보면 사는 곳을 맴돌며 즐기는게 우리네 삶이다.

보이지 않게 조금씩 움직이는 중구에서 인간의 무게를 느낀다. 수운 최제우, 외솔 최현배, 동시 작가 서덕출 선생이 지척에서 살다 세상을 떴다. 그들은 이 유서 깊은 도시 골목과 산길을 걸으면서 가을을 충분히 음미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후손들은 행복하고 즐겁다. 생활주변에 이 만큼 역사를 뿌려 놓은 도시가 어디 흔한가. 또 문화융성을 꿈꾸며 노력하는 지역 공동체가 있는가.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할 수 있게 하는건 물질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공간이다. 특히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공간에서 자부심과 용기를 얻는다. 울산 중구는 바로 그런 곳이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인간과 정신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 도시는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수현 뉴코아부동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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