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문화축제 알차고 건실했다
산업문화축제 알차고 건실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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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울산산업문화축제는 알찼다. 행사 내용이나 정체성이 축제를 여는 목적과 거의 일치했다. 산업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구, 단체가 주(主)가 돼 움직였고 민주·한국 양대 노총 근로자가 함께 참여해 화합의 장(場)도 다졌다.

축제는 무엇보다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때문에 부수적 행사가 본질을 흐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산업축제에 초청된 유행가 가수가 무대 위에서 판을 치고 근로자들은 밑에서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축제들이 이런 흐름을 타고 있고 울산산업문화축제도 지난해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산업축제는 거의 대부분이 근로자와 기업·산업체 위주로 조직됐다. 내용도 건실했다. 산업에 대한 문학작품 공모전, 사진전, 공예전과 더불어 회화, 서예전도 열렸다. 근로자 가요제도 있었다. 예선을 거쳐 11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수백, 수천만원씩 들여 기성가수를 동원하는 대신 근로자들이 무대에 올라 끼를 발휘한 셈이다. 산업체 대항 탁구대회에는 80여개 팀이 참가했다. 볼링대회에는 31개팀이 기량을 겨뤘다. 문수구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즐기는 족구대회도 열렸다. 이번 축제 기간 동안 양대 노총 산하 기업·산업체 103개 팀 선수와 가족 1천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렇게 짜여져야 할 축제에 외국 가수들이 차고 들어와 전기 기타를 튕기며 몸을 비틀었다고 치자. 또 십대들이 환호하는 가수를 데려와 잔치판을 벌였다고 치자. 어디서 울산 산업발전의 현장을 확인하고 어떻게 근로자들의 애환과 기량, 삶을 엿 볼 수 있겠는가. 근로자들이,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와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지역 축제를 꾸리는 사람들은 이번 산업문화축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리고 바꿀 것이 있으면 확실하게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 인적·물적 요소를 가리지 말고 축제의 발전과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일부 축제가 정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걱정한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잘못을 고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많은 돈과 노력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해 울산산업문화축제는 지역 축제의 귀감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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