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도 궁합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도 궁합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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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식물들에게 그에 걸맞은 기후 풍토, 즉 환경이 있듯이 우리 인간들도 기본적으로 몇 가지 환경이 적절해야 제대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적 환경, 다시 말해 궁합(宮合)이 맞아야 한다. 원래 궁합이란 혼인할 남녀의 생년월일시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보아 부부로서의 길흉(吉凶)을 예측하는 점을 의미하며, 비유적으로는 사람이나 사물이 어울리는 상태나 정도를 이르는 말이다. 부부간에 잡음이 생기면 오목과 볼록의 조화가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인관계에서 성격의 조화 정도를 이르는 말로 자주 차용(借用)되기도 한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듯이,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상대를 존중하며 양보와 배려로 대한다면 잡음이 생길 일이 없다는 것을 비유해 사용한다. 서로의 읜견이나 주장이 설 맞지 않을 때 “우리들은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다.

이렇게 궁합이 맞지 않아 비롯되는 불협화음이나 극단적인 사건은 우선 부부 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궁합’이 맞지 않아 이혼하고 재혼해 제2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크고 작은 조직 속에서 상하 인간관계의 조화 정도에 따라 흥망성쇠를 같이 한 경우가 허다했다. 삼국시대 김춘추와 김유신은 절묘한 만남으로 우리 한반도 최초로 통일국가란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인간관계의 궁합치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군신(君臣) 간의 소통 부재와 부모형제 간의 반목질시(反目嫉視)로 패망의 길을 자초(自招)한 사람들도 우리 역사 속에 수없이 등장한다. 이처럼 부부에서부터 친인척, 군신, 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이르기까지 ‘궁합’ 이 구성원 상하좌우의 소통과 조화의 정도를 결정한다.

살다보면 대인관계에서도 ‘주는 것도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아무 주는 것도 없는데 무작정 좋은 사람’도 있다. 이 또한 궁합과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는 사람이 바로 궁합이 맞는 사람인 것이다.

하물며 학교에서 사제지간의 궁합은 정말 중요하다. 궁합이 맞으면 그 시너지 효과로 인해 교육력이 배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갈등이 증폭되어 별 효과가 없거나 더욱 나쁘게 된다. 이럴 땐, 피차간에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보거나 또는 소극적으로 무관심하게 되면 아무런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고 만다.

사제 간의 궁합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한 학생을 교육함에 있어 궁합이 맞지 않음에도 욕심을 내다보면 그릇될 수가 종종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정말 학생을 위한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궁합이 맞는 멘토를 찾아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학급 전환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학교 전학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은 학업을 계속한다거나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한 평생을 살면서 겪는 시행착오(試行錯誤)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잘못을 깨달은 순간 즉시로 진로수정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잘못 선택된 진로에서 그 변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평생을 후회와 불만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얼마 전에 교육부에서 발표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중의 하나인 ‘일반고 학생 대상의 진로직업 교육 기회 확대’ 차원의 ‘진로변경 전입학제’ 의 시·도교육청별 자율적 시행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학교의 교육과정과 자신의 적성이 조화를 이룰 때, 즉 궁합이 맞을 때, 교육력이 신장되는 것인 만큼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진학진로 지도를 철저히 하여 우리 학생들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위학교의 생활지도 측면에서도 궁합을 고려하면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다시 말해 ‘우리 학교’ 와 ‘내 학급’ 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한 사고로, 학교 간 전학이나 학교 내 학급 이동을 적극 활용한다면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청소년기의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

<김지경 경의고 교장·울산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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