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세종대왕님께 올립니다
존경하는 세종대왕님께 올립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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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세종대왕님, 올해는 ‘한글학회’ 창립 105돌이 되는 해입니다. 대왕님께서 승하하시고 수백 년이 흐른 뒤의 일이긴 하오나 ‘한글학회’는 1908년 주시경(周時經) 선생이 조직한 ‘국어연구학회’로 출발했습니다. 그 뒤 1921년 그의 문하생 10여명이 ‘휘문의숙(徽文義塾)’에서 한국 최초의 민간 학술단체인 ‘조선어연구회’를 창립하고, 1931년에는 학회 이름을 ‘조선어학회’로, 1949년부터는 현재의 ‘한글학회’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오나 ‘조선어연구회’가 창립될 무렵, 이 나라는 이미 이웃 나라 일본에게 강제로 합병된 상태인 데다 식민지에 대한 탄압이 그야말로 극에 치닫고 있었으므로 우리말과 글을 떳떳하게 쓸 수도 없는, 치욕의 한(恨)을 피눈물로 삭이는 나날이었습니다. 일제는 ‘조선사상범 예방 구금령’을 공표하는 등 민족운동이나 민족계몽운동을 하는 한국인을 마음대로 구속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극악무도한 일본 침략자들의 만행 앞에서도, 민족의 정기가 오롯이 살아 숨쉬는 ‘한글’을 수호하기 위한 눈물겨운 사건이 있었으므로 한글날에 즈음하여 대왕님께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1945년 9월 어느 날, 조국이 광복의 희열에 들떠 있던 무렵, 경성역(현 서울역) 조선통운 운송부 창고를 뒤지던 경성제국대학생들이 방대한 분량의 원고뭉치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원고를 마침내 찾아낸 것입니다. 2만6천500여장에 이르는 이 원고뭉치는 ‘조선어학회사건’ 무렵, 일제에 사건 증거물로 압수당했던 ‘조선어사전’의 핵심원고였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조선어학회사건’은, 1929년 조직된 ‘조선어사전편찬회’가 민족운동단체라는 누명을 쓴 채 학회 관계자들이 일본 경찰에 검거돼, 유죄를 선고받은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그 무렵 일제는 검거된 관계자들에게 온갖 협박과 혹독한 고문을 자행, 민족운동을 하였다는 억지 자백을 받아낸 것은 물론 ‘조선어사전’ 원고를 그 사건의 핵심증거물로 압수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학회 관계자 33명이 일본경찰에 검거돼 옥고를 치렀으며, 그 가운데 두 분은 잔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채 그만 옥사(獄死)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나, 조국 해방을 맞아 경성제국대학생들이 집요한 추적 끝에 찾아내고야만 ‘사전원고뭉치’는 그야말로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내린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1947년 10월 9일, 드디어 ‘조선말 큰사전’ 제1권(을유문화사刊)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수립에 앞서 표준언어작업이 먼저 길을 열었다는 깊은 뜻도 담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허공으로 사라져 오랜 세월이 지체될 뻔 했던 ‘조선말 큰사전’이 우여곡절 끝에 태어남으로써 민족의 혼을 담은 빛나는 결정체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대왕님, 현재 지구상에는 200개가 넘는 많은 나라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함께 가진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대왕님께서는 혹시 알고 계시는지요? 각 나라마다, 언어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해도 민족 고유의 문자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왕님께서 창제하신 자랑스런 우리 ‘한글’은 어느덧 대한민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이 되었습니다. 199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올랐으며 세계 64개국 742개 대학에서 우리의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族)이 우리 ‘한글’을 공식표기문자로 채택했던 것은 과학적인 표음문자인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왕님, 오늘따라 그 거룩한 뜻이 더욱 빛나 보이고 자랑스럽습니다. 장차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우뚝 설 수 있도록 항상 굽어 살펴 주십시오.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금 되새기며 두서없는 글, 이만 줄입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어느 민초 올림.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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