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위대한 능력
부모의 위대한 능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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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은 생후 몇 년 동안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아이의 양육자(주로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발달정도가 달라진다. 양육자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긍정적인 표현 등은 애착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정서적으로 지지·긍정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는 ‘나는 너를 수용하고 사랑한다’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갑자기 아이를 떼어내는 등 경직된 태도나 비난·힐난하는 행동은 ‘나를 가까이 하기 싫어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후자와 같이 애착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낮은 가치감과 자기존중감은 물론, 규칙을 지키는 어려움,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나 칭찬, 자랑과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는 자녀에게 가치감과 자기 존중감을 심어주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필자도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계실 때 따라다닌 기억이 있다. 부엌에서 우물가로 바쁘게 움직이는 어머니를 계속 따라 다니다보니 일에 방해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면 어머니는 필자에게 “와 이래 걸리적 거리노!”, “비키라!”, “와 이래 귀찮게 하노!” 라고 하셨다. 그런 상황은 자주 일어났고 이런 말도 자주 반복됐다. 지금에야 당시 어머니가 필자를 귀찮아했다든가 싫어서라기보다 일하기에 불편함을 표현했을 뿐이란 걸 안다.

하지만 필자가 성장해 심리분석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험들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며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와 같이 충분히 수용 받지 못한다고 느낀 경험은 어른이 된 뒤에도 주위 사람들의 호의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거나, 상대방이 별 뜻이 행하는 행동에도 의심을 하게 만든다. 또 사람들이 따뜻하게 수용해 줘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또 어떤 이는 이것이 원인이 돼 우울해 하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별 뜻 없이 하는 말일지라도 자신의 존재가치 여부로까지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런 경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네 조상들은 아이가 잉태되면 그때부터 생명이 존재한다고 보고 태교에까지 신경을 썼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음식을 같이 먹다가도 마지막 남은 것은 임산부에게 양보했다. ‘저것을 내가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산모가 가지게 되면 그것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까지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조심을 했는데, 태어난 아이가 주변에서 하는 말에 어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더 자라 부모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것으로 여기는 청소년기라고해서 부모들이 하는 부정적인 말들을 어른스럽게 가려서 듣기만 할까.

아이들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대접받은 대로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산다는 옛말이 있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치있고 존중받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으면 부모부터 자녀들에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말과 태도를 보여야 한다.

사랑과 미움은 받은 대로 간다고 한다. 지금부터 자녀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야단치고 싶을 때 “근사하게 클 놈아!”, “꿈을 이룰 놈아!” 등으로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박영선 제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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