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의 애모 엿보기
바다·산의 애모 엿보기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3.09.26 2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 해안볼레길

▲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송도해안볼레길’은 해안선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사진제공= 부산 서구청

소나무 우거진 공원, 자연이 깎아놓은 절벽, 새하얀 백사장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그리고 곧바로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태권V 로봇, 우스꽝스럽게 생긴 게 모양 의자.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맘때면 바다예술제가 열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 부산 서구 암남동의 송도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 그 사이를 잇는 ‘송도해안볼레길’에서는 가을 바다를 배경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1호 해수욕장인 만큼 주변에 오래된 건물이 많다. 비교적 작은 이 해수욕장은 타지역 관광객보다 부산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고래 조형물이 있고 그 너머 묘박지에는 선박들이 줄지어 있다. 여유롭게 카누를 타며 초가을 햇살을 즐기려는 관광객도 볼 수 있다. 부산의 유명 해수욕장인 해운대, 광안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여유롭고 소박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요즘 송도해수욕장은 ‘기억·흔적·사람’이라는 주제로 바다예술제가 한창이다. 파도를 표현한 대나무 깃대에 나부끼는 천조각 작품 ‘바람의 흔적’, 바람이 만들어내는 종소리인 ‘바다의 전언-소리숲’ 등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번 축제는 다음달 13일까지 이어진다.

▲ 송도해수욕장의 전경.

남항대교를 등지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백사장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깔끔하게 포장된 해안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송도해안볼레길’의 시작이다.

‘볼레길’은 송도해안을 보고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뜻으로 ‘보다’와 ‘둘레길’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이 길은 부산에서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9개 코스로 조성된 ‘갈맷길’에 속하는데 기암절벽의 해안선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걷기 좋은 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 임형준 作 ‘소리-Bruit’
송도해수욕장에서 해안산책로를 거쳐 암남공원과 공원 산책로를 돌아 다시 송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송도해안볼레길’은 총 길이 9.3㎞다. 넉넉잡아 3시간 정도면 끝까지 걸을 수 있다.

가파른 등산로는 아니지만 산책로에 철근으로 된 계단과 구름다리, 흙길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운동화와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1시간을 걸으면 암남공원 앞 공영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송도의 명물인 조개구이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고 방파제 곳곳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암남공원 입구에서부터 공원 탐방로가 시작되는데 완만한 경사로 이뤄져있다. 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3.8㎞에 이르는 흙길은 무인도인 두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어진다. 송도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두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전망대에서는 부산 갈맷길 스탬프를 찍는 장소이기도 하다.

바다소리를 들으며 소나무가 우거진 공원 탐방로를 걷다가 지나온 길과 수평선을 굽어보면 빼어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바다와 어우러진 산책로, 기암절벽, 카메라 렌즈를 대고 셔터를 누르면 그 어디든 작품이 된다. 또 공원을 걷는 동안 그림 같은 풍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각 작품과 8천만년 전 공룡발자국도 볼 수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포구나무 쉼터, 묘박지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각각 그와 얽힌 이야기를 녹여내 읽을거리도 제공한다. 해안선을 따라 공원 외곽을 빙 둘러 걷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공원을 가로지르는 중앙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산책을 즐기면 된다.

‘송도해안볼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해수욕장의 음악분수대, 바다 야경 등 출발할 때 미처 즐기지 못했던 볼거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해안을 따라 커피숍도 곳곳에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울산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면 1시간 가량 걸리며 대중교통으로는 약 2시간이 걸린다.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남포동에 도착한 뒤 부산시내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글·사진=주성미 기자

▲ 최문수 作 ‘바람의 흔적’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