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기지떡 야망 10년
생산직서 CEO 변신
잔기지떡 야망 10년
생산직서 CEO 변신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3.09.25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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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야망떡집 사장
현대차 근무 과감히 접고 떡공장 창업
쉼 없이 노력, 대리점 전국 13곳 결실
▲ 10년간 ‘잔기지떡’으로만 승부한 ‘야망떡집’사장 박정식씨. 사진은 박정식 사장이 공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10년간 오직 한 가지 식품에 명운을 걸고 씨름한 끝에 마침내 CEO 반열에 오른 박정식(43) ‘야망떡집’ 사장. 그는 아침 6시면 사업장(남구 달동 1318-3)에 나가 반죽과 ‘앙금’(팥소, 일명 ‘앙꼬’)에 신경을 쓴다. 직원들의 출근보다 3시간 이른 시각이다. 직원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뒷정리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제조상품은 지름 5㎝ 남짓한 ‘잔기지떡’. 떡이라지만 실은 팥소가 들어가는 ‘쌀로 빚은 빵’이다.

국산 쌀을 주로 쓰지만 고객 주문에 따라 중국산, 미국산 쌀을 쓸 때도 한다.

박 사장에겐 ‘맛’과 ‘고객’(대리점)이 최우선이다. ‘맛’으로 승부를 보기까지, 그리고 대리점들을 확보하기까지 그에겐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그 고뇌와 땀의 결실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지만 가장 고마운 건 잊지 않고 찾아주는 대리점들이다.

대리점이 울산엔 한 군데뿐이다. 하지만 외지까지 합치면 13군데나 된다.

부산의 3군데를 비롯해 경주와 포항, 멀리는 진주와 순천에까지 가지가 뻗어 있다. 특유의 감칠맛과 그 맛에 반한 고객들의 환대가 밑거름이 됐다.

떡집을 처음 시작한 곳은 중구 우정동. 남구청 근처 ‘연 한정식’에서 가까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온 것은 3년 전 일이다.

등록까지 마친 상호 ‘야망’은 박 사장이 제일 선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제3공장 근무를 과감히 접고 떡 공장을 차린 것도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야망’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시판된 아반떼의 절반은 제 손을 거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는 아직도 현대차 5년 생활에 자부심을 느낀다. 98년 정리해고 때도 살아남아 공장을 지켰던 그다. 그러나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이젠 직원 열셋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엿한 ‘사장님’ 아닌가. 명함에 올린 ‘CEO’는 현직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직원 열셋 가운데 남자는 1명,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다.

내국인여성과 결혼이주여성(베트남, 중국 출신)이 반반씩, 일하기에 따라 월 1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야망떡집이 가정주부들에겐 더 없이 흡족한 일자리일 수 있다.

“참 재밌어요. 보람도 있고요.” 결혼이주 3년, 떡집 일 1개월째라는 베트남 호치민시 출신 레이 퀸(29)씨의 말이다.

발효식품인 잔기지떡은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특히 잘 나가는 ‘계절상품’이다.

200개 들이 한 한 박스가 비수기엔 하루 200개, 성수기엔 하루 300개쯤 나간다.

최형우 전 장관이 태어난 울주군 서생면 위양리 위곡마을이 박 사장의 안태고향이다. 동갑내기 부인 이미림씨 사이에 난 2녀1남과 함께 중구 약사동에서 오붓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김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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