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천에서 눈솔 선생을 생각하다
대곡천에서 눈솔 선생을 생각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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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천에서 눈솔 정인섭 선생을 다시 생각한다. 대곡박물관의 ‘작천정에 꽃핀 문학’ 전시회에서다. 대곡천 외진 곳에 1만명이 눈솔을 보고 갔다.

작품 중에 눈솔 선생의 친필 편액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의 시 백석탄(白石灘)을 쓴 것이다. 다시 눈솔을 생각한다. 스토리텔링 원조에 대한 재조명을 다시 해야 한다. 울주군이든 지역 문화계든 눈솔을 그냥 두고서 스토리텔링을 말해선 안 된다.

눈솔 선생은 언양 출신의 시인이자 평론가, 영문학자, 설화학자였다. 가곡 물방아와 산들바람을 작사했고 소파 선생과 함께 색동회를 이끌었다. 특히 고향 언양에서 채록한 29편을 비롯한 99편의 ‘온돌야화’를 일본에서 번역 출판했고 ‘한국의 설화(Folk Tales from Korea)’라는 영문판을 영국에 서 내 우리 설화를 서양에 처음 알렸다. 서양에선 한국의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한다. 영남알프스의 자연환경, 구술자 이름과 호랑이가 많이 등장해 채록 당시의 언양 풍속과 인물을 연구할 단초가 될 만하다.

울주군 언양읍 어음리상리 380번지. 몇 년 전 생가를 복원해 문학관을 건립하고 일대를 설화를 활용한 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 나오더니 흐지부지 됐다. 1943년 함흥형무소에 외솔 선생과 함께 투옥된 것은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됐던 것이다. 그런데도 친일논란에 재조명이 묻혔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기념관이나 문학과 건립추진이 없던 일이 됐다. 그만큼 눈솔 선생은 고향에서 저평가됐다. 학문적 업적이나 문화적 비중이 학계나 문화계에선 높게 평가하는데 고향에선 관심이 없다. 모든 문화콘텐츠의 소스인 설화를 세계에 처음 보급했지만 고향 울산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모르는 울산의 문화 콘텐츠는 많다. 대곡박물관에 가면 스토리텔링의 원조인 눈솔을 만날 수 있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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