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汚染)
오염(汚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19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마철에 들면서 자주 비가 내린다. 어렸을 때는 시냇가로 미꾸라지 잡으러 나갈 궁리만 하면서 언제, 어느 쪽 하늘에 무지개가 보일까 두리번거리기만 하였다. 어른이 되고 울산에 살면서 장마철만 되면 언제, 어느 공장에서 오염된 물을 태화강으로 흘려보내다 누구에게 발각되거나 언론에 포착되어 곤욕을 치를지 궁금했다. 오염된 물은 정화시키기가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법으로 단속을 하는데, 단속하는 사람이나 단속을 피하려는 사람이나 50보 100보의 준법정신, 가치관을 갖고 있어 잘 안 된다.

한 40년 전에 캐나다 어느 대학에 교수로 있던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이 종이, 나무, 그리고 음식물 찌꺼기 등의 쓰레기 더미를 그대로 어떤 큰 통에 넣고 화학 약품으로 이 쓰레기를 여러 단계를 거치며 처리하여 주먹만한 단백질 덩어리를 추출하였다. 그러고서 이것을 맛있게 먹었다. 이 과정을 어느 TV방송이 기록물로 만들어 방송하였는데 시청자 대부분이 역겨워하였다. 화학물질로 오염된 것을 중화시키고, 소독하고, 정화시켜도 쓰레기는 쓰레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청자 인터뷰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냐고 물었고, 한국 교수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대답이었다.

어떤 연유로 이런 표현이 생겼는지 알 수 없으나 짐작컨대 그렇게 바람직한 사례에서 생긴 것 같지는 않다. ‘걸레 아무리 빤다고 행주되나?’이다. 아주 오래된 말이다. 즉, 한번 오염되면 좀처럼 그 오염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뜻의 강조이다. 걸레야 말로 가장 힘 드는 역할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오염이 많이 된다. 독신 생활을 하는 사람이 걸레를 빨 때는 밤에, 좀 어두운 곳에서 빠는 것이 좋다. 아무리 빨아도 하얗게 되지 않고 거무스레한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낮에 걸레를 빨면서 이것을 보고서 그냥 다 빨았다고 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독신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나라 경영도, 회사 경영도, 가정경영도 비슷하게 맞불을 놓아야 할 때가 있다.

오염된 정치꾼, 오염된 종교인, 오염된 교육자, 오염된 공무원, 오염된 회사원을 세탁할 때에는 밤에 약간 어두울 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다른 더러운 일에 이 사람들에게 걸레질을 시킬 수 있다. 삼국지의 조조(曹操)가 이런 일에는 능수능란했다. 그래서 난세의 영웅, 걸레질할 일이 많을 때에 척척 처리를 잘했다는 은유이다. 밝은 대낮에, 모든 것이 다 보일 때 세탁하면 조금만 더러운 것이 남아있어도 안 된다. 결국은 세탁하지 못하고 버리게 된다. 걸레는 걸레로서 필요하기 때문에 걸레통에 담아두었다가 다시 꺼내어 쓰면 된다.

오염되는 원인은 자신의 어떤 행동에 쾌락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상한 사상에 오염되면서 돌출행동을 저질러버리니까 묘한 쾌락이 따른다. 종교인이 신도들에게 거짓말 선전을 하며 오염되니까 자기를 신으로 떠받든다. 묘한 쾌락이 따른다. 교수가 똥고집으로 억지를 부려도 동료들이 반응하지 않아 오염된다. 묘하게 통하는 쾌락을 맛본다. 공무원, 회사원은 생략한다. 쾌락의 원인제공을 예방하는 것이 오염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 박문태 논설실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