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과 청소년
정신건강과 청소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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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학부모들을 상담하다 보면 인간 개개인이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들을 상담하면서 현실적으로 누구나 겪는 ‘일상의 고달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종종 자신에게 ‘쉼’을 베풀어야 한다.

고전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북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연인마저 놓쳐버린 여주인공 스칼렛은 “타라! 고향! 난 고향으로 갈거야!” 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대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내일은 또 다른 날이지!)라고 하는데, 이 대사가 우리나라에서는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라고 멋지게 번역돼 지금도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는 명문으로 인용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에 지친 스칼렛이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외친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고향은 곧 쉼터이다. 고단한 인생에 ‘쉼’이 있어야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힘이 생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과 대비되는 인물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을 들 수 있겠다.

이명준은 시대와 이념에 휘둘리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소설에서 제기된 광장과 밀실이라는 주제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화두로 지금도 언급되고 있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오염된 밀실, 이념과 욕심으로 진실이 사라진 광장.인간에게는 자신만의 밀실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상호관계를 맺는 광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준에게 밀실과 광장은 있었지만 쉼터가 없었다. 스칼렛처럼 돌아가 쉴 곳이 없었다. 스칼렛은 내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명준은 결국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안식, 휴식 즉 쉰다는 것은 우선 육체의 쉼을 말하지만 고도화된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는 정신의 ‘쉼’이 육체의 쉼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정신건강이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질환 없이 건강한 상태이면서 행복하고 만족하며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개인적, 사회적 상황에 적응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상태를 뜻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자기 생활을 독립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남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노래처럼 심신이 지친 현대인에게 돌아가 쉴 곳은 가정이다. 가정이 인간에게 최후의 쉼터인 까닭은 생명이 시작되는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공간이라는 데 있다. 쉼터가 진정한 쉼터가 되려면 가치 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판단이 개입하면 선입관과 욕심이 생긴다. 서로에 대한 욕심과 선입관은 결국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는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방치하면 무질서의 도가 높아진다. 관계 회복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서 관계를 갈고 닦아야 한다. 관계구축의 터전인 쉼터를 방치하면 오염된다. 쉼터인 가정이 오염돼 버리면 어느 날 문득 갈 곳이 없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경쟁사회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바쁘고 힘들더라도, 가족의 사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때내어 가족 간의 ‘쉼’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자녀와 함께 의도적인 ‘쉼’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보자. 혹은 자녀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보자. 자녀가 무엇이 고민이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지 귀 기울여 들어 보자. 그리고 중구청소년문화의 집에서 펼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청소년문화를 접해보자. 이러한 시간의 ‘쉼’이 모여서 자녀의 미래에 작으나마 힘이 될 것이다.

<지창완 중구청소년문화의 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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