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탄약공장·쇠락 조선소 세계적 예술명소 탈바꿈
빈 탄약공장·쇠락 조선소 세계적 예술명소 탈바꿈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9.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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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잘 잡은 문화·예술 접목
죽은 도시도 살려내는 ‘神藥’
울산시립미술관도 본받아야
▲ 일본 가나자와시에 있는 21세기 미술관를 찾는 시민들.

2017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에 앞서 울산시가 주목해야 할 도시들이 있다. 바로 강과 아름다운 미술관을 통해 관광도시로 거듭난 스페인의 빌바오와 일본의 가나자와, 독일의 칼스루에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잘 지은 미술관 하나로 쇠퇴해가던 도시 전체가 다시 살아났다. 살아난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영화를 누리는 도시가 됐다. 해마다 전 세계 도시들이 이곳으로 벤치마킹하러 온다. 그러다 보니 인구 30~40만명에 불과한 이들 도시는 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상황은 다르지만 울산이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고 문화 선진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들 도시의 성공 요인을 필수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독일 칼스루에시의 'ZKM 미술관' 전시장 모습. 사진= 각 미술관 홈페이지 발췌

빌바오 구겐하임

지난 7일 울산미술협회가 주최한 ‘The Future of Museum(미술관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효고 미술관 미노 유타카(蓑豊)관장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일본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성공적인 도시 마케팅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날 미노 관장은 ‘도시를 바꾸는 박물관’이란 주제발표에서 “빌바오가 기사회생한 가장 큰 요인은 강을 매개로 문화와 예술의 접목. 그중에서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한 것이 결정적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북부의 해안 지역 빌바오 시는 영국, 네덜란드 등과 교역하기가 편리해 조선과 철강산업이 발달했지만 좁은 강에 조성한 부두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쇠퇴했다. 결국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도시 전체가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빌바오 시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유치 등 지역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쇠퇴해가던 스페인 지방 공업 도시 빌바오를 한 해 1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었다”며 “이로 인해 ‘빌바오 효과’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미노 관장은 덧붙였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미노 관장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2004년 개관한 이후 목표 관람객 연 30만명을 훨씬 넘는 150만명을 모으며 일본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미술관이 화제가 된 이유는 설계한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지난 3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노 관장은 “건립 계획 초기부터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으나 미술관이 건립됐을때 얻게 될 경제적인 효과 등을 내세운 결과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며 “예전에는 경기침체로 시내 중심가가 낙후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미술관이 생긴 후 시의 주요 행사가 미술관에서 열리면서 시내 중심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연간 111억엔의 수익을 얻는 경제적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노 유타카 관장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건립 준비과정부터 참여했다.

건립 후에는 초대 관장을 역임하면서 성공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앞장 선 주역이다.

독일 칼스루에 ‘ZKM’

헤럴드 경제 이영란 부국장은 ‘미래의 미술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란 주제발표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쪽으로 2시간쯤 떨어진 칼스루에(Karlsruhe)시에 있는 ZKM (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미술관에 대해 설명했다.

이영란 부국장은 “ZKM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전공하는 이들 사이엔 ‘한번쯤은 꼭 가봐야할 곳’으로 꼽힌다”며 “이곳은 미디어아트 분야에선 독보적인 미술관이자 뉴 미디어 예술을 다각적으로 연구하는 곳의 대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ZKM미술관은 2차 세계대전까지 탄약과 화약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70년대까지 제철소로 활용되다 유럽 전역에서 중공업이 서비스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시기에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빈 공간을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영란 부국장은 “전쟁의 기억과 상처가 묻어있는 탄약공장이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 주민들에게 큰 정서적 위안이 됐다”며 “새로운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미술관에 대해 주민들은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부국장은 “이와 같은 미술관들은 도시를 바꾸고 그 지역민과 해당 기업, 나아가 국민을 바꾼다”며 “아울러 이들 미술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공통점이다.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수립하고 면밀하게 추진한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적인 공업도시 울산에 들어설 미술관 역시 ZKM처럼 ‘역사적 기억’을 잃지 말고, 미술관 부지 자리에 있었던 학교를 최대한 활용해 보다 특색 있는 미술관을 건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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