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 얽매이면 삼류”vs“지역민 존중받아야 성공”
“지역성 얽매이면 삼류”vs“지역민 존중받아야 성공”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9.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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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울산문화예술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The future of museum(미술관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표자들. 왼쪽부터 해럴드 경제 이영란 부국장, 토탈미술관 신보슬 수석큐레이터, 대구미술관 김주원 전시1팀장, 일본 효고미술관 미노 유타카 관장 에이치존큐레이팅 컴퍼니 전수연 수석 큐레이터.
지난 7일 울산미협이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The future of museum(미술관의 미래)’ 심포지엄은 울산시립미술관이 발전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 정립이 필요한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울산만의 차별화된 문화경쟁력을 갖춘 미술관을 세우려면 지역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혁신적인 미술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지역의 정체성을 버리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래위해 ‘울산만’ 생각 버려야”

이날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한 해럴드경제 이영란 부국장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두 축제는 지역의 주도권과 떨어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의 질적 향상을 위해 출품작을 엄격히 심사했다. 지역 작품도 심사에서 해택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광주비엔날레는 총 예산 100억 중 30억원을 지역작가를 위해 써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비난을 감수하고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최고의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문화부 기자로 20년 넘게 재직한 이영란 부국장은 오랜 세월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국장은 “울산미술관이니까 지역작가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차별화된 울산미술관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를 지양해야한다”며 “지역 작가들에게 떡 나눠 주듯 예산을 쪼개다 보면 삼류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주원 대구미술관 큐레이터 역시 “경직된 지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는 울산시민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작가들로부터 벗어나라는 것도 아니며 다만 ‘울산’만을 추구하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미술관은 최근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야요이 전을 개최해 한달만에 15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와 별도로 대구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대구 사계’전을 열어 지역사회·문화계와 한걸음을 걷고 있다. 이런 이유에선지 대구미술관은 “공립미술관이 가야하는 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전문가들의 평을 받고 있다.

“지역이 외면하면 성공 못해”

일본 효고미술관 미노 유타카 관장은 “지역시민들이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해야한다”며 지역성의 중요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미술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존재의 이유를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미술관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즐거우면 부모가 자연스레 따라오고 나아가 타 지역 사람, 외국인도 방문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노 관장은 “어떤 전시로 인해 전국적으로 알려졌지만 지역이 외면한 미술관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지역사람들에게 존경 받을 수 있는 미술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노 유타카 관장은 2004년 개관 이후 목표 관람객 연 30만명을 훨씬 넘는 150만명을 모으며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일본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세우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전수연 에이치존 큐레이팅 컴퍼니 수석 큐레이터, 미노유타카 일본 효고현립미술관 관장, 김주원 대구미술관 전시1팀장, 신보슬 토탈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이영란 해럴드 경제 부국장겸 선임기자가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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