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시대 명의를 꿈꾼다
정부 3.0시대 명의를 꿈꾼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9 2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왕이 명의로 이름난 편작(扁鵲)을 만나 그의 삼형제 중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지 물었다. 이에 편작은 큰형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빛을 보고 앞으로 있을 병의 원인을 제거해주므로 가장 뛰어나고, 둘째형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미리 치료하여 큰 병을 막아주므로 의술로 두 번째이며, 자신은 환자의 병이 커지고 고통으로 신음할 때에야 병을 알고 치료하므로 의술이 가장 떨어진다 하였다.

이 일화를 볼 때 명의란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병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3.0시대의 명의는 과연 누구인가?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조사하여 파악하고, 과거로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설계하는 통계는 명의가 되는 밑거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 등 각 분야의 합리적 의사 결정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도구다.

통계는 국가의 현재 상황과 발전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통계는 주로 수세(收稅)나 전쟁인력 확보 등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결과를 보여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가통계는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의 근간(根幹)을 이루며, 정책을 선도하는 개념을 포괄한다. 통계는 정책 초기 단계에 정책 사안을 제시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여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통계의 정책선도 역할이 최근에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니 어찌 통계가 앞을 바라보는 명의라 아니할 수 있는가.

이러한 통계의 큰 역할에 반해 통계생산은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생활 중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조사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이다. 기업 역시 기업경영 비밀보호 또는 응답한 정보가 통계목적과 달리 사용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통계조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러한 통계조사환경 악화는 통계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통계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증가하는 응답부담과 조사불응에 대처하기 위하여 행정자료를 이용한 통계작성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 현재 과세자료 6종, 건축물대장, 법인등기, 기업정보자료 등 10종의 행정자료를 입수하여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인구주택총조사에 등록센서스 자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통계응답자의 응답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IT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인터넷망을 통한 응답자 직접입력, 모바일을 이용한 통계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래를 대비한 선진조직 문화 구축을 위해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조성했다. 과거의 보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통계생산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역동하는 통계청이 돼 가고 있다.

정부 3.0시대의 진정한 명의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9월 1일은 ‘통계의 날’이다. 우리나라 근대 통계의 시발점으로 평가되는 ‘호구조사규칙’이 시행된 1896년 9월 1일을 기념해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고 통계조사에 대한 국민의 협조를 증진하며, 통계업무 종사자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1995년 제정했다. 또한 통계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법정 기념일로 격상됐다.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통계의 날을 맞이하여, 통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방대홍 통계청 울산사무소 소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